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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미래] 2022년 주목되는 신기술에 대한 단상

등록 2021-12-27 04:59수정 2021-12-27 08:57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를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를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곽노필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가 곧 3년째를 맞는다. 코로나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온 세상은 이제 코로나에 맞춘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발을 꽁꽁 묶어놓은 코로나는 미래의 디지털 기술을 하루아침에 우리 눈앞으로 가져왔다. 새해엔 메타버스가 디지털 세상의 가장 뜨거운 격전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무척 영악해 보인다.

과학기술은 이제 어떤 목표와 가치를 세우느냐에 맞춰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졌다고 해도 될까? 메타버스 말고도 숱한 신기술이 새해 용틀임을 모색할 것이다.

우선 메신저아르엔에이(mRNA) 백신 기술이 눈에 띈다. 메신저아르엔에이란 세포에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을 전달하는 유전물질이다. 인체 세포를 약물 공장으로 쓰기 때문에 빠르게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다. 덕분에 인류는 1년도 안 돼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원리상 모든 종류의 감염병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이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새해엔 말라리아 백신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모든 독감에 통하는 범용 백신도 개발 중이다. 헤르페스, 뎅기열과 암 질환 치료에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배양육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배양육은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얻는 기술이다. 미국에서 얼마 전 배양육 공장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새해 식품 승인이 나면 시판에 나설 수 있다. 이스라엘엔 배양육 스테이크를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 카타르엔 배양육 치킨 공장이 들어선다. 배양육은 환경, 건강, 동물윤리 같은 명분 말고도 식물육에 없는 진짜 고기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먹는 세상은 정말 낯선 풍경이다.

입체(3D)프린팅은 재료 낭비 없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 제조업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으로 주목받았지만, 그동안 기대에 못 미쳤다. 빠르고 저렴한 입체프린팅 주택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새봄이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15가구 단지가 들어선다. 텍사스에선 100가구 단지가 조성된다. 멕시코에선 무주택 서민을 위한 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태양 지구공학도 빼놓을 수 없다. 대기를 인위적으로 바꿔 지구 기온을 식히는 기술이다. 지구 냉각 효과에 대한 기대와 대기 흐름 교란에 대한 우려를 함께 받는 논란의 기술이다.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대기 중에 탄산칼슘 입자를 뿌려 그 효과를 살펴보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5년 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던진 클라우스 슈바프는 그 핵심을 디지털, 물리, 생명과학의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거론한 다섯 가지 기술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속을 파헤쳐보면 딱히 혁명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운이 감지된다. 메신저아르엔에이 기술을 향한 열광 뒤엔 빈발하는 인수공통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이 도사리고 있다. 입체프린팅 주택에 쏠리는 관심 저편엔 불평등 심화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70여개사가 뛰어든 배양육 열기는 기후위기 의식이 불을 지폈다. 태양 지구공학 실험에선 막다른 골목에서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기회 공간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에서도 앞으로 물질 소비를 줄여주는 가치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

혁신의 기술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보다 생존 위기의 절박감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개발 문명의 부산물이 쌓이고 쌓여 인류의 앞길을 막아버릴 정도로 커졌다는 징표일까? 정도야 어쨌든 인류는 그 해결책 또한 과학기술에서 찾고 있다. 업보이자 운명이다. 그 힘으로 다시 평온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의 일상은 지금과는 무척 다를 것이다.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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