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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선 후보의 사과, “어찌됐든” / 권태호

등록 2021-12-19 16:07수정 2021-12-19 16:13

“가까운 사람 중에 엉, 대학 관계자 있으면은 함 물어봐. 시간강사라고 하는 거는, 그냥 전공 이렇게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에요, 엉. 이것이 어떤 건지를 좀 뭔지 보고 하세요. 저쪽에서 떠드는 얘기, 그냥 듣기만 하지 마시고, 엉.”(15일 오전)

“어찌됐든 뭐, 대선 후보의 부인이, 아무리 뭐, 결혼 전에 사인의 신분에서 처리한 일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좀 미흡하게 자기가 처신한 게 있다면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송구한 마음을 갖겠다는, 제가 볼 때 (아내의)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저는 보여지고, 어찌됐든….”(15일 오후)

“오래된 일이라 진상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 그러나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내가) 표현했다고 보고 있고, 좀더 제대로 사과를 하려 하더라도,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과도한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소상히 설명을 드려야 하니까. 공세의 빌미라도 준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 어찌됐든간에 십수년 전에 관행에 따라 했다 하더라도, 현재는 국민에게 요구되는 기준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지간에 국민께는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16일)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만 합니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습니다.”(17일 오후)

아내의 허위 경력 기재 논란에 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과 변천사다. 이번 대선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후보들의 사과가 넘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아들의 상습도박 등의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대선 후보들의 사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윤 후보처럼 ‘반박-후퇴-죄송’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9월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의 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보름 전인 9월10일에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 대해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두 개 판결이 있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정당성을 주장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입장을 바꿔 사과한 것이다.

또 지지율이 박빙일 때, 사과가 빨라진다. 정치 경험이 부족할 때, 사과가 늦어진다. 지난 1997년, 2002년 두 아들의 병역면제에 대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적극 해명에 힘을 쏟았다. 나중에 회고록에서 그는 “내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미숙하고 어리석었던가”라고 말했다.

마지막 특징은 ‘마지막 자존심’은 잘 포기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박근혜 후보도 아버지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민주주의 가치”라고 말했다. ‘쿠데타’는 잘못된 수단이었지만, ‘구국’이라는 정당한 목적 때문이었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윤 후보의 최종 사과에 담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에 숨기지 못하는 억울함이 엿보인다. 윤 후보는 앞서 “어찌됐든”이란 말을 자주 썼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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