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 90일 전부터 예비 대선 후보자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법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 토론 방송 이외의 프로그램 출연이 금지된다. 출연 효과를 주는 내용의 방송도 제한된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에 따라 12월9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이 제한·금지 사항이 누구나 크리에이터로 1인 방송사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유효할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러한 편성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각 정당에서 선출된 대선 예비 후보자들은 이미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형식의 영상물을 자체 기획·제작해 공유하고 있다. 토크쇼 형식으로 후보자가 유권자를 만난다든지, 실시간 라이브로 밥 먹는 장면을 후보자가 직접 촬영해 송출한다든지, 쇼트폼 영상으로 후보자의 일상을 요점 정리해 공유한다든지 등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의 영상이 공개되고 공유된다. 방송 출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에 후보자가 출연하는 일도 잦아졌다. 주식, 게임 등 특정 관심사 취향 집단을 대상으로 관련 정책을 홍보할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을 수정·검토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동일 관심사 집단인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색다르게 정치 참여를 할 수 있고 영상의 길이·시간·형식 제한이 없어 정책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윤석열 양당 대선 후보가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지)식백과’ 출연을 두고 설왕설래해 화제다. 출연 제안은 윤석열 후보 측에서 먼저 했지만, 출연은 현재 이재명 후보만 확정한 상황이다. 75만여명의 게임 향유자를 구독자로 보유한 채널이니만큼 게임 이슈가 주된 내용이 될 듯하다. 채널 운영자이자 진행자인 김성회씨는 “게임이 계도와 계몽의 대상에서 유권자 민심의 영역으로 올라서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후보자의 게임 정책 검증을 위한 구독자 질문을 댓글로 받고 있다. 구독자들은 피투이(P2E·Play to Earn)와 같이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정책 질의를 비롯해 게임중독, 셧다운과 같은 부정적 규제, 확률형 게임의 폐해나 일방적인 게임사 운영에 대한 법률적 공백 등 게임 정책과 제도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유튜브 영상의 정파적 활용을 경계하며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아닌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 정책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파란색도 빨간색도 아닌 이른바 정치 중립적인 ‘보라돌이’로서 게임 정책을 위한 정치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 도구로 특정 이슈를 이용하는 후보자는 ‘거르고’ 정책 검증에 제대로 응하는 후보자만 출연을 허하겠다는 이들의 영상이 자못 기대되는 이유다.
아직도 내 관심사에 대한 각 후보자 정책을 상세히 알 수 있는 정보는 충분치 않다. 각 후보자가 내 관심사 현안에 대한 식견과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편집된 방송 뉴스나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 영상이 주요 정책 홍보 수단이던 시대가 저물어간다. 시간 제약이 큰 ‘주마간산’식 방송 토론보다 유튜브 채널의 이러한 후보자 정책 검증이 어쩌면 더 깊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진지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대선 후보자를 검증하는 슬기로운 유권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