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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리가 몰라서 금전수를 죽였나

등록 2021-11-29 18:16수정 2021-11-30 02:32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난 11월13일 기후운동가들이 글래스고 대성당 네크로폴리스에서 지난 30년의 시오피(COP)가 실패했다는 의미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난 11월13일 기후운동가들이 글래스고 대성당 네크로폴리스에서 지난 30년의 시오피(COP)가 실패했다는 의미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편집국에서] 임인택 | 스페셜콘텐츠부장

‘지구는 식어가고 있다.’ 1966년 1월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이다. “1880년대 시작한 온난화의 경향은 1940년대로 끝나고 적어도 50년 후에는 소빙기라고 불리던 16세기의 기후가 재현”될 가능성을 전했다.

보도 30년이 지난 1997년 일본에서 열린 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선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이 당대 의무 과제(교토의정서)로 처음 제시됐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인간 활동이 국제정치를 통해 전제된 격이다.

서울 마포대교도 없던 시절의 보도를 트집 잡으려는 게 아니다. 당시 기사도 일본의 기상청 연구에 입각했고, 서구의 경우 1970년대 들어선 가일층 빙하기를 예고하는 연구물과 보도로 뜨거웠다. 신과도 맞서는 지식과 과학이 결결이 드러내는 무력함은 현재의 지식과 태도로 미래를 왜 어떻게 과연 어디까지 구속할 수 있는가 곱씹게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임을 반박하는 과학 논쟁은 2010년대까지도 있었다. 그러니 20세기 교토의정서가 막상 지켜질 리도 만무했겠으나, 그래서 그 합의는 특별했다는 평가가 더 타당하겠다. 지식을 넘어, 미래를 비로소 ‘감각’하며 도출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신화’ 황우석의 과학이 비과학이 된 데 과학적 조작이 한축이었다면, 윤리에 대한 시민들 감각이 또 한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99% 이상의 기후과학 논문들이 ‘기후변화 회의주의’를 배척한다(오철우 박사). 즉, 지구는, 인간 탓(공식적 표현은 ‘Human influence’)에, 제 색과 온도와 형질을 바꿔가고 있다는 게 과학의 말이다. 코로나는 그중 하나일 수 있고, 듣도 보도 못한 빙하와 동토 속 고대 바이러스들도 녹아 되살 수 있다는 게 또한 그 세계의 말이다. 그럼에도 <한겨레> 기자 둘이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잠 설치며 11월 2주 동안 관찰한바, 26차 기후총회(COP26)는 국가별 ‘산업투쟁’에 더 가까웠다고 기록될 만하다. 어느 때보다 정보와 지식은 풍부해졌으나 감각은 지체된 결과다. 각국의 산업논리가 집요하게 감각을 무디게 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정치가 ‘감각적’으로 활용되는 양태랄까. 그레타 툰베리의 “그린워싱 페스티벌”이란 26차 총회 총평보다 내막을 관통하는 건 기후위기에 대응 중이라는 정치-산업의 언어를 “블라블라”(이러쿵저러쿵)로 묵음 처리해버리는 태도다. 귀담아봐야 눙쳐 호도하고 기만할 뿐이라 보는 거다.

1975년 “지구온난화”란 용어를 대중화시키며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환경 변화를 선구적으로 짚은 월리스 브로커(1931~2019)는 이렇게 고백했다. “실험실 기반의 많은 동료는 현장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와 다르게 난 현장과 연구실을 결합하도록 익혔다.” 그 감각.

2018년 10월25~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박물관 공원에서 열린 워터라이트 프로젝트.
2018년 10월25~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박물관 공원에서 열린 워터라이트 프로젝트.

90%가 해수면 아래인 로테르담(네덜란드)에서 공부하던 2018년 10월 어느 저녁 공짜라 해 가본 ‘축제’가 있다. 푸른색 엘이디(LED)가 방문자들 머리 위에서 고요히, 거대하게 흐르고 있었다. 닿을 수 없는 물결은 아름답고, 숨 막혔다. 해수면 상승에 대응 못 할 경우의 수면 아래 자신을 감각시키는 워터라이트 프로젝트. 관련 기사는 “기후변화 미래의 유령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광경”이라 썼고, 기획자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라 말했다. 그 감각.

기후총회 뒤인 이달 중순 위의 <조선일보> 한 꼭지 제목은 이랬다. ‘툰베리도 깜짝 놀랄 한국의 탈탄소’. 놀라 읽게 됐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툰베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한 말은 “(기후위기 대응을) 행동으로 보여달라”였기 때문이다. “… 포스코 같은 기업 3개가 가동을 중단해야만 이룰 수 있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 더구나 현 정부는 탄소중립 계획에 현재 24기인 원전을 2050년에는 단 9기만 남기겠다는 탈원전 대못 정책을 포함시켜놓고 있다. 거리의 운동가 툰베리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과격한 계획이다. … 이런 망상 같은 탄소중립 계획을 멈춰야 할 것이다.”

원전이란 과학에 대한 기대가 다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감각 차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블라블라 ‘감각’하는 척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언제 몰라서 금전수를 선인장을 과습으로 죽였던가.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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