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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초콜릿

등록 2006-02-13 18:32수정 2006-02-13 18:34

유레카
16세기 초, 중앙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은 난생처음 보는 신비한 음료를 발견했다. 카카오콩을 으깨 만든 달곰쌉쌀한 맛의 코코아다. 약용으로 쓰이는 귀한 것이어서, 유럽에 전해진 뒤로도 귀족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19세기 초 고형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초콜릿 과자가 됐다.

일반인이 즐기는 값싼 기호품으로 대중화한 건 원료인 카카오콩의 대량생산 덕분이었다. 전세계 생산량의 70%가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아프리카의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된다. 카카오 농장의 가격 경쟁력은 어린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서 나온다. 국제열대농업기구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의 수만개 카카오 농장 중 1500곳을 조사한 결과 9~12살짜리 어린이 노동자가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부모들은 빚 갚을 목적으로 단돈 몇 달러에 아이들을 내다 판다.

다국적 초콜릿 업체들은 농장을 직접 소유·운영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정부와 지주들은 카카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경작지를 늘려왔다. 공급과잉은 카카오 값을 더 떨어뜨렸고 자연히 노동착취도 심해졌다. 경작지가 죄다 카카오 밭으로 바뀌어 매일 먹는 기초 농산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나라도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업체들은 앞다퉈 ‘윤리적인’ 초콜릿과 코코아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달 초에도 네슬레 등 최대 초콜릿 업체들이 어린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시정 약속을 어긴 혐의로 법정에 섰다.

해답은 소비자 쪽에서 내놨다. 조금 비싸더라도 성인 노동자한테 임금을 치르고 생산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쓰자는 ‘공정무역’ 운동이다. 카카오뿐 아니라 커피·설탕농장, 동남아시아의 신발공장에서 어린이 노동을 없애자는 취지다. 오늘 연인을 위해 초콜릿을 고른다면 혹 공정무역 인증이 있는지 한번쯤 살피면 어떨까. 물론 쉽게 찾을 순 없겠지만.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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