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지만, 중국은 ‘코로나 제로’ 원칙에 입각한 ‘방역 인민전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네이멍구와 간쑤, 시안 등을 여행한 단체여행객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주 만에 16개 성에서 500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자, 곳곳에서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는 확진자 한명이 나오자, 지난달 30일부터 전체 1000만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베이징행 열차에서 한명이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확인되자 열차 운행을 중단시키고 승객 211명을 시설에 격리했고, 네이멍구에선 여행객 9천여명이 격리됐다.
출입국은 더욱 엄격하다. 해외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3주간 격리를 해야 하고, 이마저도 비자는 매우 제한적으로 발급된다.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도 재입국이 극히 어렵기 때문에 한국을 오가지 못하는 ‘이산가족’ 상태다. 일반 중국인들의 출국과 재입국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중국 최고지도부 7명은 21개월 동안 한번도 해외 방문에 나선 적이 없다.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은 해외 관중을 입국시키지 않고 개최하기로 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중국의 ‘코로나 쇄국’은 내년 하반기까지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내년 10월 무렵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중요한 정치 행사인 ‘20차 당 대회’가 열린다. 이달 8~1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산당 19기 6중 전회’에서는 당의 100주년 성과를 강조하는 역사상 세번째 ‘역사 결의’가 나올 예정인데, 이것을 신호탄으로 시 주석의 3연임을 향한 정치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개혁·개방 이후 유지해온 최고지도자의 2연임(10년 임기) 제한을 깨고, 장기집권의 길을 열기 위해 시 주석이 내세우는 주요한 업적 중 하나가 ‘코로나 방역 인민전쟁 승리’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처음 확산되었을 때 당국의 늑장 대응과 은폐에 분노했던 여론은 이제 ‘방역 인민전쟁의 위대한 승리’ 서사로 대체되었다. 지금까지 중국의 공식 확진자는 9만7079명이고 사망자는 4636명인데, 확진자가 4600만명이 넘고 74만명 이상이 숨진 미국에 비해 ‘중국 통치 모델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선전되고 있다.
기약 없이 반복되는 봉쇄와 과도한 방역으로 영세기업들이 도산하고 소상공인들과 노동자들이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야 할 요인들이 훨씬 많다. 백신 접종 완료율은 80%에 가깝지만 중국산 백신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경을 열었다가 ‘성공 스토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 당과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엄격한 방역을 통해 사회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고, ‘공동부유’에 반발하는 부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들은 “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믿고 단결해야 한다”며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방역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을 외부와 단절된 ‘쇠로 만든 방’으로 만들고 있다.
박민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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