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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4각 링 TV 토론

등록 2021-10-19 17:15수정 2021-10-20 09:30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직접 텔레비전 토론을 벌인 건 1997년 15대 대선이 처음이다. 대선 본선이 아닌 각 정당 경선에까지 후보 토론이 본격 도입된 건 2002년 16대 대선이다. 지금은 공식이 된 ‘국민참여 경선’(프라이머리)과 전국 순회 토론이 그때부터다.

미국은 1960년 존 에프(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대결이 시초다. 그런데 당시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청취자들은 닉슨이 우세했다고 평가했지만, 텔레비전으로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젊고 잘생긴 케네디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텔레비전 토론에선 겉모양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 2000년 조지 부시와 앨 고어 토론회 때는 토론에선 고어가 이겼다는 게 객관적 평이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올라간 건 부시다. 부시가 발언할 때, 고어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또 키 185㎝에 체구가 큰 편인 고어가 종종 큰 몸짓을 했는데,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단 상대방에 대한 위협으로 비치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당 경선 토론이 연일 보도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에 치우쳐 후보자 간 정책 비교가 제대로 안 됐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진행 중인 국민의힘 경선은 8강·4강전, 일대일 토론 등 형식 면에서 다양한 변주를 줘 흥미 유발 요소를 많이 도입했고, 일주일에 두세차례씩 여는 등 횟수도 부쩍 늘렸다. 하지만 ‘왕(王) 자 논란’ ‘항문 침’ 등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1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평도 많다. 2007년, 2012년 한나라당, 새누리당 경선 토론에선 ‘한반도 대운하’ ‘경제민주화’ 등 나름 정책적 요소도 다분했지만, 지금은 ‘정권교체’만 부르짖을 뿐,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까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15일 일대일 토론 직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며 어깨를 툭 치는 장면이 논란이 되는 등 토론보다 토론 외적 요소가 화제가 될 때가 많다.

미국에서 후보자 간 토론의 효시는 1858년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맞붙은 에이브러햄 링컨(공화당)과 스티븐 더글러스(민주당)의 맞대결이다. 둘은 노예제 폐지를 놓고 3시간씩 7차례 공개토론을 벌였는데, 철학·정책·현실론 등이 망라됐다. 지금도 정치학이나 역사학 강의에 인용된다.

명승부는 먼저 링 위에 올라가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수를 제대로 골라 링에 올리는 건 관객 책임이기도 하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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