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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교학점제, 평등한 교육 수혜 가능한가

등록 2021-09-05 18:24수정 2021-09-06 02:34

[기고] 송영주ㅣ군산동고등학교 교장

2021년 2월17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8월23일, 각종 언론은 전국의 모든 일반고를 대상으로 2023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최초 학점제를 적용하여 2025년까지 고교에 학점제 운영을 완성한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될 것이고, 학교 현장에서는 당장 내년 9월께 2023학년도 고1 대상의 3개년 학점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는 논의가 시작된 지는 꽤 되었고 급기야 내년에 학점제 교육과정 편성의 시점이 다가왔다. 그간 교육부에서는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학교, 선도학교, 준비학교 등을 운영하고 많은 관련 자료를 배부하여 안내했으니 준비는 잘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학점제 운영을 통해 직접 교육적인 혜택을 주어야 하는 일선 교사들은 아직도 학점제 운영의 준비가 덜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행 1년 반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문제점과 시행의 불합리함을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뿐 아니라 교육 관계자, 일반인 등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매우 높다.

학교 현장에서 보면 많은 학교에서 학점제를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연구·선도·준비학교는 희망 학교에 한하여 일부만 시행해왔으므로 아직 교육과정 편성 연습과 충분한 고민이 안 된 학교도 많을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지금도 학점제는 도저히 시행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간 이런 교사들의 문제점, 해결안, 대안, 우려 등에 대하여 적극적인 청취, 답변, 설득, 해소 등의 측면에서 매우 미진했다. 포럼과 자료 배부가 할 일의 전부라고 보면 안 된다. 교육정책이 직접 학생 하나하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이들을 직접 대하는 교사의 인식을 절대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보아도 학교 현장에서 정작 궁금해하고 풀어주기를 바라는 부분이 면밀하게 해소되어 있지 않다. 학생들의 신청에 의한 과목 설강 시, 외부강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답이 아니라 현 소속 교사들의 수업시수 확보와 미확보 시의 존재성이 그들에게는 함께 궁금하다. 학교마다 서로 다른 과목 교사들이 배치된 정규직 교육공무원 제도에서 적어도 매년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통한 교육과정 편성이 학교 운영과 구성원을 매우 힘들게 하고, 과목 선택을 받지 못한 교사 개인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교내 설강이 어려운 과목은 대학 등 타 기관을 통한 학점 이수를 가능하도록 한 제도는 고교의 교육과정 이수 이력을 포함한 학생부 평가를 통해 대학을 진학하는 현 체제에서 또 다른 금수저 전형의 핵심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적으로 유명 대학이나 저명한 기관에서 학점 이수를 하고 그 자료로 학종평가를 받으려 하지 않겠는가. 외부기관을 통한 학점 이수는 역시 권력과 재력의 부모 찬스가 작용할 공산이 크다. 동시에 어렵게 돌아가는 고교 교육 정상화에 침해를 줄 수 있고 가장 핵심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와해를 부추길 수도 있을 것이다.

공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학생에게는 설계부터 차별적 수혜가 예견되는 교육정책을 투입하면 안 된다. 그 운영 과정에서 지역적 편차는 물론, 학교별 편차, 그리고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과 공감 부족으로 학생의 수혜가 차감될 수 있는 것을 알고도 이대로 시행되면 안 된다. 교사 인식 부족이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소홀함이나 적극적인 대처 부족에서 온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육정책도 생산자는 소비자의 소비력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그 소비는 적어도 소비자의 효율을 따져봐야 한다. 더구나 그 생산 품목이 어린 학생들의 성장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더 소홀히 할 수 없지 않은가.

고교학점제 시행이 코앞에 있고, 준비가 덜 된 학교에 학생이 배정되어 들어오면 그 학생의 알찬 학교생활과 고교 교육 속에서의 성장, 그리고 진학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현장 교사의 말을 정확하게 듣고, 그들이 동참하는 데 문제시하고 우려하는 점들을 낱낱이 해소하고 현장 교사들을 동참과 공감의 길로 정성을 다해 이끌어 함께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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