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소설가·영화감독
얼마 전 지인이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높은 내 영화의 리뷰를 발견하고 반가웠다며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의 연락은 반가웠지만 그 말을 듣고 유튜브에서 확인한 영상은 반갑지 않았다. 10분으로 축약된 영화 <메이트> 리뷰가 3개 올라와 있었는데 세 영상의 조회수를 합치면 170만회였다. “러닝타임 92분의 독립 장편영화 극장 관객수는 2천명 정도인데…” 하고 자조하며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10분으로 요약된 영상을 보는구나. 그리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버는구나.’
<메이트>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한 영화 학교 졸업작품으로 내게는 지분이 없는 작품이다. (공동 작업물인 영화는 보통 제작·배급사가 저작권을 보유한다.) 그래서 내게 들어오는 수익은 0원이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다. 한 사람이 독립 장편영화를 찍고 그것을 극장에 걸기 위해서는 몇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그 영화가 영화제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상영되고 개봉하여 극장에 걸리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그 영화의 제작 기회를 얻기까지 따지면 인생을 갈아 넣은 셈인데 그걸 가위질해서 엉뚱한 사람이 수익을 내고 있다니.
콘텐츠의 2차 창작에 대해서 전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읽어주는 이 없는 작품은 공허할 것이다. 어떤 리뷰는 작품의 부족한 점에 대한 비판이 있더라도 시간을 들여 작품을 봐준 게 고마울 때도 있다. 한 지인은 “조회수 높으면 작품도 알려지고 좋지 않아?”라며 순기능에 주목했다. 그러나 원작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빤하게 수익 활동을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면 도둑질당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박탈감이 배가되는 이유는 그들이 벌어들인 금액이 많다는 것과 원작자에게 아무런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원작자는 꼭 내가 아니라 제작·배급사를 말한다.) 유튜브 수익 구조는 광고를 얼마나 다느냐에 따라 꽤 복잡하지만 조회수 1만뷰에 많게는 8만원꼴 정도라 한다. 각각 조회수가 다르지만 그 영화 리뷰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합치면 1천만원 이상이다.
올라와 있는 3개의 영상 중 1개는 정말 2차 ‘콘텐츠’라고 부를 만한 작업물이었다. 영화를 재해석하여 본인이 직접 쓴 내레이션도 넣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직접 확인하라는 식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머지 2개는 영상을 통해 작품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게 아니라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섬네일로 낚시질을 하고, 결말까지 스포일링하고 있었다. 연출자 이름이 ‘장대건’으로 잘못 올라가 있기까지 했다.
그 2개의 영상을 저작권 침해로 신고했다. 집 주소까지 적는 절차를 거쳐 신고한 지 며칠 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메일이 날아왔다. 신고에 대한 메시지가 유튜버에게 전달되었을 것이고 신고자가 감독 본인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인데도 영상은 한동안 내려가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신고를 세번 받으면 채널이 삭제될 수 있다. 증명 절차가 진행된 후 하루가 더 지나 2개의 영상이 삭제됐지만, 이미 지급된 수익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의 경우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적발하여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어 있고, 광고가 붙더라도 원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영화도 충분히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고객센터를 통해 알아보니 ‘공정 사용’의 경우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만든 작품으로 공정 사용을 운운한다면 수익을 창출하지 않든지, 허락을 받든지, 일정 수익이 원작자에게 돌아가게 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