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은 ㅣ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28일 몇몇 정부 부처 장관들이 합동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될 수 있으므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추격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부동산 가격이 대폭 하락할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그동안 가격이 더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올랐다는 점, 둘째 저금리와 느슨한 주택담보대출 정책 등 그동안은 비교적 쉽게 자금 동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금리가 상승하는 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 셋째 도심 재개발과 신도시 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벗어날 것임을 들었다. 수요 요인이 약해지고 공급 요인이 강해질 것이므로 가격이 정체할 뿐 아니라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정부가 거론한 위의 요인들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덜 오른 편이라고 하니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경기를 생각한다면 정부가 금리를 크게 올리기 어려울 것이며, 주택을 실제 공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일 무주택자들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감당 가능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면 시장의 불안정성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부동산 호황 장이 섰으니 위험을 한번 감수해보자는 분위기여서 문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해 세부담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왜 시장의 투기수요는 안정되지 않는가? 부동산 보유세가 무거워진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 것이고 무주택자들은 느긋하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면서 조건에 맞게 집을 구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화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고 무주택자들은 집이 나오자마자 집을 사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것은 양도세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동결효과가 작동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유세가 무겁다고 한다면 언제까지 들고 있을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결국 보유세가 부담스럽지 않거나 정부가 이 정책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서둘러 고가 아파트를 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세금폭탄 여론을 조성하여 보유세 흔들기를 시도하면 정부가 버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전망은 현실이 되었다. 4월 보궐선거에서 실패한 민주당이 그 결과를 부동산 세제 강화라고 진단하고서 특위를 구성하여 보유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했고 양도세는 그대로 두었지만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를 완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원인, 즉 공식적으로는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나 실제로는 핀셋규제,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 등 허점투성이의 정책을 펼쳤던 것이 재현되었다. 이제야 겨우 보유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나 싶었는데 소수의 부동산 자산가들을 위해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완화된 것이다. 1가구 1주택에 한해서라지만 이들에 대해 종부세를 완화하는 것은 ‘똘똘한 한채’ 현상을 강화하여 1주택자에 의한 투기 현상을 심화시키고, 더욱 심각하게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현재 부동산 투기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하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현재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압도적인 물량으로 공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투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풀린 대량의 토지보상금도 새로운 투기자금으로 활용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익환수장치로서의 보유세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원리를 정부가 외면하고 공급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