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가 지난 2일 건강보험 재정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은 연좌제를 하지 않는 나라”라며 “(입당) 자격 요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친족의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취업·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연좌제에 포함된다. 장모의 유죄 판결을 이유로 입당을 막는 것은 위헌인 셈이니 이 대표의 말은 표면상 옳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 검증은 개인의 입당이나 취업·승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그 공익적 중대성이 개인의 권리 문제를 압도한다. 검증 과정을 사회적 불이익으로 본다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인으로서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의 영역도 어느 선까지는 검증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실제로 많은 공직 후보자들이 친인척 문제로 비판받고 때론 낙마했다. 만약 국고를 편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장모를 둔 인물이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면 국민의힘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하물며 공당이 대선 후보를 천거하는 행위의 무거움을 감안한다면, 연좌제에 빗대며 눙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장모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것이 당의 공직 후보자 요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게 정도다.
외려 윤 전 총장은 평생 검사로 살아온 자신에게 가족의 범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자기와 자기 가족에 관련된 사건은 우리 검찰 내부에서 옛날부터 보고 안 받고 관여 안 하는 것이지 그것을 제가 수사를 하라고 지시할 정도면, 제가 만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돼서 그렇다고 하면 저는 그냥 물러나야 됩니다. (중략) 제가 우리 장모를 수사해라, 누구를 수사해라 그렇게 할 정도 되면요 제가 그냥 나가야지요. 그건 위선입니다.”
그랬던 윤 전 총장도 막상 유죄 판결이 난 뒤에는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뻔한 한마디 외에 구체적 입장 표명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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