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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벌목’ 반론: “탄소중립 시대, 숲의 가치 재발견”

등록 2021-06-07 17:39수정 2021-06-08 02:05

[왜냐면] 박현 ㅣ 국립산림과학원장

기후위기를 맞이하면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또한 흡수량 증진을 위해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숲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하여 숲의 다양한 역할을 무시하고 탄소만 생각한 접근이라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삶 속에 숲은 ‘키다리 아저씨’처럼 존재하지만, 정작 우리는 숲에서 어떤 혜택들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숲은 수자원 함양, 토사 유출 방지, 공기 정화는 물론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쉼터와 치유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숲은 수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며 생물다양성을 유지·증진하는 역할도 한다. 숲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나무는 숲에서의 역할을 마친 다음 ‘목재’로 재탄생되며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이렇게 아낌없이 주는 우리나라 숲은 국민 1인당 약 430만원에 이르는 공익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주장하듯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 비하여, 성숙한 숲이 미숙한 숲에 비하여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 든 나무는 영원히 자랄 수 없으며, 성숙한 숲도 쇠퇴기에 이른다는 사실 또한 인식해야 한다. 빨리 자란 나무는 일찍 노쇠하게 되며, 보기 좋은 숲도 결국에는 쇠퇴하여 그 혜택을 줄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조직과 단체가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누군가 은퇴하여도 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숲 생태계의 지속을 위해 나무들이 단절 없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후계림이 만들어져야 한다. 산림청이 추구하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선순환 체계 구축’이며, 우리나라 숲이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국민 곁에서 계속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1톤의 재료를 생산할 때, 시멘트는 0.9톤, 플라스틱은 1.5톤, 철은 3.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와 달리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는 제품으로 가공 및 보존 처리하여 지속해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특히 좋은 품질의 목재는 목조 건축이나 가구 제작 등 고부가가치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목재 수확 뒤에 남은 잔가지, 굽은 목재 등 이용 가치가 없어서 버려진 목재 부산물이 숲에 버려져 썩으면서 탄소를 방출하지 않도록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목재펠릿 등의 바이오매스 에너지이다. 수확하는 순간 ‘목재 제품’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화석연료 대체재 구실까지 하며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재료인 나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수확이 필요하다. 그래서 목재 수확은 탄소 순환의 가치를 만드는 시작이라는 것이다. 다만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는 것은 근절되어야 한다. 보호해야 할 숲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영할 수 있는 숲은 적극적으로 경영해야 우리나라 숲이 더 건강해지고, 효율적인 탄소 흡수도 가능하다. 울창하기만 한 숲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다양한 나이의 나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이 지속가능하고 탄력성을 지닌 미래를 위한 정말 좋은 숲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함께 숲의 가치를 탐색하고 재발견한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이번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나라 숲의 가치가 유지·증진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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