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ㅣ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최근 한국전력이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 3분기까지 연속 흑자 행진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런 대규모 흑자는 올해 초부터 진행된 코로나 사태 등에 따른 유가 급락이 주요인이라고 한다. 연료 가격 하락으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3조9천억원 감소해서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이다.
그간 언론 기사들에서는 이전의 한전 적자가 ‘탈원전 정책’ 때문이란 주장이 많았다. 연료비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당사자인 한전에서 설명자료까지 냈는데도 한사코 탈원전 정책 때문이란 보도가 반복되었다. 심지어 에너지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영업이익 하락을 ‘탈원전 적자’라 강변하면서 논쟁의 소재로 삼았다.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 가동률이 과거 80% 중반대에서 70% 초반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수와 철저한 점검 차원에서 정비가 강화된 것임을 애써 무시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올해 3분기까지 73.8%의 원전 이용률로 어떻게 3조원 넘는 흑자가 날 수 있었을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전 흑자는 결국 유가가 2018년 70달러 수준에서 40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임이 명백하다. ‘탈원전 적자’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억측과 무리한 주장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초래되고 미래를 위한 발전적 논의가 지연되었다. 이는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에너지 전환을 수행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실적 개선은 고무적이지만 유가 급락에 힘입은 것이기에 안심하기 어렵다. 국제 연료가는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적기에 반영하는 전기요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전 재무건전성은 물론, 전기 소비자들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유도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한전도 영업이익에 일희일비하는 걸 넘어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포함해 국가전력산업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책임 있는 경영과 사회적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은 그만두고 서둘러 미래 에너지 산업의 청사진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