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ㅣ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학교가 오랫동안 문을 열지 못하자 학교의 존재 이유, 교사의 역할, 정보통신기술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 등 코로나 이후의 교육과 학교를 두고 다양한 예측과 예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교육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길러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는 이웃, 자연, 미래세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립적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힘이다. 이 힘들은 결코 적대적이지 않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높아지자 미국인들은 가장 먼저 총을 구입하고 다음으로 사재기를 했다면, 한국인들은 자기 몫의 마스크를 양보하고 모자라면 직접 만들어서 보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디엔에이(DNA)일까? 학교일까? 촛불일까? 한국 사회가 케이(K)-방역을 넘어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문명을 향한 전환적 모델을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세계무역과 일자리,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미친 영향에 대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5월13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1/4분기에만 노동시간의 10.5%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약 3억명의 정규직 일자리에 해당하며, 이미 약 6천만명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내몰렸다고 한다. 이제 인류는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정부는 그 대안으로 디지털 뉴딜을 결합한 한국형 그린뉴딜을 내놓았다.
한국형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뉴스 발신자(유튜버 등)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 그린뉴딜과 같은 국가적 과제가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단일한 소통 채널이 꼭 필요하다. 환경부에 신뢰할 수 있고 헌신적이며,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 소통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그린뉴딜 커뮤니케이션 본부’를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2008년에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생 2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험 결과를 보면 참가자의 84%는 아이피시시(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정책 결정자를 위해 쉽게 쓴 간략보고서조차도 핵심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형 그린뉴딜은 기후변화와 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미세먼지의 80% 이상이 중국발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과학자의 설명이 아니라 30초짜리 편집 가공된 위성영상이었다. 그린뉴딜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틈새를 노리는 정보조작자들이 활개 치고,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는 확산되고,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는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그린뉴딜이 성공하려면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을 막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운영하고, 시민들의 환경 문해력(그린 리터러시)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5월22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녹색전환 촉진을 위한 국민 환경역량 제고 방안’은 시의적절한 의제였음이 틀림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학습권은 다음 헌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모든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환경학습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려면,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에코스쿨 조성, 프로그램 보급, 전문인력의 양성과 고용, 부처간 협력을 확대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불가능한 산업문명의 끝자리에서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의 앞자리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교육철학과 시스템 전체를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