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학수사관들이 18일 오후 강릉시 저동 현장 감식을 위해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201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강릉/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강릉 펜션에서 고3 학생들이 참변을 당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더러는 대학에 합격하기도 한,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10명이 체험학습 여행을 간 길이다. ‘공부 기계’로 살다가 한숨 돌리러 여행 간 꿈 많은 어린 학생들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가슴이 타들어간다. 어른들의 관리 소홀이 빚은 인재라는 점에서 더욱 미안하다.
암기 주입식 대학입시가 중심인 한국 교육에서 학기 중 체험학습은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을 돕는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대부분 체험학습은 보호자와 함께 실시하지만 학생들이 보호자 동의만 받고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모든 여행은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펜션 투숙은 학생들이 부모님을 따라다니면서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숙박 유형이다. 그런데도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삶과 유리되어 입시공부만 했던 이들이라 새로운 환경에 던져질 경우 사고에 취약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학기 중 체험학습은 교사나 보호자 1인이라도 인솔하는 게 좋을 듯해 보인다. 앞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단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면 체험학습 때 보호자 동행 의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체험학습과 전환기 교육 과정의 문제가 맞물린 사례로, 방학 중 개별 여행 사고와는 결이 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사실 국내 학제에서 졸업 전과 방학 전후 등 이른바 전환기 교육의 문제는 거의 교육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수능 이후 마땅한 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사실상 방치되는 고3 교실의 문제뿐 아니라, 중3 학생들의 경우도 졸업과 상급 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사고가 꽤 많이 일어난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에 매달려야 할 텐데 실컷 놀다가 가자”라는 심리 때문에 사건·사고가 많아 큰 상흔과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고 체험학습이나 전환기 교육의 취지를 좁힐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을 돕기 위한 체험학습을 제대로 점검하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 전환기 교육에 대한 현실적 접근 등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정명신 서울시교육청 감사자문위원·전 서울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