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복원, 정치보다 기술이 먼저다’에 대한 반론
염형철 물개혁포럼 공동대표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보전연구본부장은 지난 8월21일치 ‘왜냐면’에 ‘4대강 복원, 정치보다 기술이 먼저다’를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4대강 보의 수문 개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며, ‘4대강 사업이 준설한 4억5900만㎥의 모래를 어떻게 복원하느냐’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맺었다. “비교적 단순한 보 개방이나 매우 복잡한 강바닥 복원과 더불어 생태 복원, 수량 및 수질 복원, 지하수 복원 등이 모두 4대강 복원과 연계된 문제이다. 정치 논리나 감성적 주장으로 풀기 어렵다. 기술이 필요하다. … 4대강 복원을 위한 기술 개발이 시급한 때이다.”
‘옳은 주장’이다. 강 복원은 만만한 일이 아니고, 누구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일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역사, 지금 현장의 상황, 국민들이 놓여 있는 처지를 생각하면,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한가하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6년이 흐르면서 강 생태계의 원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은 늘고 있으며 갈등은 더 복잡해지고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녹조덩어리를 정수해 수돗물로 마시고 있다. 이런 때에 기술 개발을, 그것도 강바닥, 수량 및 수질, 지하수 복원까지 관계된 모든 기술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려야 할까?
마침 김진태 국회의원도 8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국무실장은 세종보에서 떠 온 비싼 녹조라떼 한잔 드시라. … 이것도 좋아졌다고 우기는 환경단체도 많더라. … 녹조는 물을 뺀다고 다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김진태 의원이 세종보 어느 지점에서 물을 떠 왔는지 알 수 없고, 세종보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엉망이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세종보 수문 개방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과연 세종보 수문 개방은 실패한 것인가? 시커멓게 죽어서 냄새나던 물이, 흐름을 찾으면서 맑은 빛을 되찾고, 생겨난 모래밭에 물떼새들이 돌아왔는데 이런 변화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수문 개방만 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했었던가?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으니 잘못이라는 발언이나,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기술이나 개발하자는 글이나,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수문 개방을 반대하고 강 복원을 포기시키려는 논리일 뿐이다. 더구나 ‘수문 개방 주장’을 ‘정치 논리나 감성’이라고 쓴 것은 적절치 않다.
강의 복원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누구에게 떠넘기거나 자신들이 해야 할 일조차 미루는 것이 좋은 자세는 아니다. 선수들이 움직여야 공간이 열리고 작전이 가능해지는 경기처럼, 강 복원도 시도하고 실험해야 필요한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상황마다 현장마다 필요한 기술이 달라서, 지금 수준으로 충분한 곳이 많다. 실제로 환경부가 진행한 4대강 보 모니터링 중간 결과에서도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예산 미확보였다. 정치권에서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아 사업을 못 한 것이다.
구름 잡는 기술 타령이 아니라,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먼저다. 수문 개방을 통해 4대강의 막힌 숨통이라도 터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더구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작성했던 곳이 아닌가?
이슈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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