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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겨레’ 30년과 함께하는 노동자들의 꿈 / 조돈문

등록 2018-05-28 18:23수정 2018-05-30 16:59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30년 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역동성과 투쟁 성과의 감격 속에서 <한겨레>가 출범했다.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은 족히 바뀌었을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군부세력의 퇴진, 촛불항쟁과 대통령 탄핵, 국가권력의 호응성 복원은 정치적 민주화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노동자의 삶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노동소득 분배율이나 불평등 지수를 보면 노동자 대투쟁 시기 잠시 개선되었다가 이후 투쟁의 열기가 식으며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는 그렇게 불균등하게 진전되었다.

한때 19%에 이르렀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수준으로 떨어졌고,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비정규직의 조직률이 2%에 불과한 탓에 노동자들 내부의 양극화 추세를 제어할 수 없었던 것이다. 30년 전 노동자들이 꿈꾸었던 세상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

노동자들이 꿈꾸어온 평등세상은 아직 멀다 하겠지만, 노동과 자본이 공존 공생하는 사회에는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반세기 이상 지속된 이윤주도성장 전략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노동과 자본이 공생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은 엄청난 저항을 피할 수 없는 난제라는 점에서 <한겨레>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들이 있다.

이윤주도성장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여성, 청년, 노년 등 노동시장 취약집단이 밀집된 미조직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우선적 목표집단이 되어야 하며 노동문제 관련 보도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한겨레>는 보이는 것만 보도하고 들리는 소리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심층취재 탐사보도를 통해 취약집단 노동문제를 사회적 의제화 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삼성재벌 계열사들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국제노총(ITUC)이 지난해 ‘탐욕과의 전쟁’ 캠페인을 시작하며 삼성재벌을 1순위 표적으로 지정했는데, <한겨레>도 그런 절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삼성재벌의 적폐와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루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로 탄생한 민주노조운동이 계급조직 정체성에 기반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와 노동조건 개선에 크게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내적 이질성은 심화되고, 노동조합들의 이익집단 정체성과 집단이기주의적 실천이 심화되었다. 전체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노동조합 활동들을 보도하되 취약집단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엄중한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윤주도성장 전략은 경제부처들이 기획·집행했고 노동정책은 경제정책의 함수로 실종되었었다. 아직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에 걸맞은 정책 프로그램들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개혁적 민주세력의 집권 기간에도 친노동적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는지 되돌아보고, 개혁적 민주정권을 향해서도 적폐청산 대상과 주체의 혼동,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의 저항과 태업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와 소득주도성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책과 담론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데, 비정규직은 고용형태별 차별성도 크고,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업종별 편차에서 보듯이 동일 고용형태 안에서도 부문 간 이질성이 매우 크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는 시장경제모델, 노동시장정책, 복지제도, 사회통합 등 다양한 영역의 이해관계 및 쟁점들이 얽혀 있어 전문적 식견을 요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문제 전문기자가 많이 배출되고, 그들이 작성한 노동문제 기사들을 <한겨레> 1면 머리기사에서 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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