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기자 소꼬리 대신 닭머리를 택할 때도 있다. 복달임 메뉴 얘기가 아니다. 요즘 여소야대 국회는 ‘합종가’와 ‘연횡가’의 유세가 한창이다. 세 치 혀로 협상을 주무르는 종횡가들의 세상이 다시 온 것이다. 닭의 머리가 될 것인가, 소꼬리라도 할 것인가. 일단 여당을 해보니 좋긴 한데 120석이라 곤혹스럽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울원식’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우냐고 달래는 와중에 천고 기인 귀곡자를 만났나 보다. 합종을 깨 우방을 얻고 연횡을 터 적국을 고립시키는 비책이 전수된 듯싶다. 집권여당에 대항하는 야3당의 합종책에 고전하더니, 약소여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향해 끊임없이 연횡책을 편다. 연횡의 대가가 무엇인지 당장 알 수 없다만, 증거조작에 몰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의 명맥 유지가, 지역기반이 약한 바른정당은 당장 존립 자체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한뿌리 국민의당은 몰라도 바른정당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20석 바른정당이 버텨줄수록 연횡의 묘책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은 그렇게 처리됐다. 107석 자유한국당은 좀처럼 기를 못 펴는데, 홍준표 대표는 나홀로 닭의 머리가 되기로 했다. 어차피 제1야당은 소꼬리가 될 수 없는 숙명이다. “결국 야당은 우리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다. 깔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발끈할 필요 없다. 시간을 두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 비장하고 결연하다. 다만, 야당 대표가 아닌 여당 대표의 말처럼 들린다. 누구도 예상 못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블랙스완을 오골계 삼아 제대로 몸보신한 이가 바로 홍 대표라는 사실을 여의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 힘으로 대선 후보에, 당 대표에, 대구 달서병까지 푸드덕 날갯짓이 가능했다. 야당의 한 종횡가는 현 상황을 이렇게 풀이했다.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과 따로 안 만나려 한다. 기피가 심하다”,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그 당이 주도하는 걸 따라갈 수가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자유한국당 거부 정서를 민주당이 파고들고 있다”. 수권을 꿈꾸는 야당에게 힘센 집권여당에 붙으라는 말은 모욕이다. 게다가 합종을 버리고 연횡을 택한 결과는 진나라의 천하통일이었다. 치욕을 감내하며 때를 기다리자는 홍 대표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의 양병을 한가하게 기다려줄 권력이 있을까. 자유한국당의 한 인사는 “홍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알아서 사라지고 민주당과의 양당구도로 재편될 것을 자신하고 있다.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는 동안 청와대와 여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티케이까지 접수하려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임명은 대구시장을 노린 ‘민주-대구 연횡’ 포석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22%였다. 10% 바른정당보다 높고 31% 민주당보다 낮다. 귀곡자가 풀어놓은 자유한국당 왕따 연횡책은 멀리 보지 않고 당장 11개월 뒤 지방선거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다음은 보수의 수도를 겨냥한 ‘예산폭탄’이다. 야당을 하나로 묶는 합종의 의지도, 그렇다고 적절한 타이밍에 여당에 협조하는 연횡의 지략도 펴지 못하는 사이, 보수의 수도로 진격하는 티케이 연횡책이 가동되고 있다. 별걱정 다 한다만, 그래서 대구는요?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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