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은평동물병원 원장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파르게 확산하며 한반도가 가축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위태롭게 버티던 청정지역마저 무너지며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방역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하게 하고 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 단계가 발생 1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되고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2600만마리가 이미 살처분됐고 앞으로 가늠조차 힘든 추가적인 가금류의 살처분이 잠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보상금 추정액도 1500억원을 돌파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자체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2003년부터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버린 사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방역당국은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야생철새라고 발표하고 이에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본적인 방역시스템의 오류였다.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이 뚫리자 차례차례 전국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하게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자비하게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다. 살처분이 하나의 방역대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하는 발생 반경 3㎞ 내 무조건적 살처분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방식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영국 및 유럽연합의 경우와 같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해당 농가만 살처분 처리하고 그 외 3㎞ 지역 내의 닭과 오리는 철저한 이동제한 및 이동금지 조치를 하여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역 과정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충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방역에 구멍이 뚫리며 차단은 고사하고 확산 속도를 힘겹게 뒤따라가는 뒷북행정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만큼 희생되는 가금류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현 상황을 더욱 부채질한다. 현재 방역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바이러스 무증상 잠복 가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를 유발할 수 있고 인체 감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방역당국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신종플루나 메르스처럼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차후에 변이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면 국가적 재앙수준을 넘어 세계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개선이 시급하다. 비위생적으로 좁고 열악한 생활환경은 질병 발생의 최적의 조건이다. 외국의 경우에 비해 우리나라는 닭이나 오리 한 마리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도 협소하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 과도하게 밀집사육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따라 저항력이 약해져 질병 발병 때 대규모의 확산을 불러온다. 국가적인 재해 때마다 항상 되풀이되는 위기대처 능력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쉽기만 하다. 질병과 방역 전문가가 부재한 컨트롤타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 사태 해결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조류인플루엔자가 종식되어 동물들도 사람들도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은평동물병원 원장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파르게 확산하며 한반도가 가축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위태롭게 버티던 청정지역마저 무너지며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방역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하게 하고 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 단계가 발생 1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되고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2600만마리가 이미 살처분됐고 앞으로 가늠조차 힘든 추가적인 가금류의 살처분이 잠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보상금 추정액도 1500억원을 돌파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자체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2003년부터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버린 사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방역당국은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야생철새라고 발표하고 이에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본적인 방역시스템의 오류였다.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이 뚫리자 차례차례 전국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하게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자비하게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다. 살처분이 하나의 방역대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하는 발생 반경 3㎞ 내 무조건적 살처분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방식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영국 및 유럽연합의 경우와 같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해당 농가만 살처분 처리하고 그 외 3㎞ 지역 내의 닭과 오리는 철저한 이동제한 및 이동금지 조치를 하여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역 과정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충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방역에 구멍이 뚫리며 차단은 고사하고 확산 속도를 힘겹게 뒤따라가는 뒷북행정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만큼 희생되는 가금류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현 상황을 더욱 부채질한다. 현재 방역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바이러스 무증상 잠복 가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를 유발할 수 있고 인체 감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방역당국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신종플루나 메르스처럼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차후에 변이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면 국가적 재앙수준을 넘어 세계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개선이 시급하다. 비위생적으로 좁고 열악한 생활환경은 질병 발생의 최적의 조건이다. 외국의 경우에 비해 우리나라는 닭이나 오리 한 마리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도 협소하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 과도하게 밀집사육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따라 저항력이 약해져 질병 발병 때 대규모의 확산을 불러온다. 국가적인 재해 때마다 항상 되풀이되는 위기대처 능력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쉽기만 하다. 질병과 방역 전문가가 부재한 컨트롤타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 사태 해결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조류인플루엔자가 종식되어 동물들도 사람들도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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