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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퇴진’ 원포인트 개헌이 ‘탄핵소추’보다 바람직한 7가지 이유 / 김해원

등록 2016-11-28 18:24수정 2016-11-28 19:20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헌적으로,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물러나게끔 하는 방법이 있다. 현행 헌법 부칙에 “이 헌법 공포 당시의 대통령은 이 헌법 시행과 동시에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원 포인트 헌법개정’(이하 원 포인트 개헌)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비해서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정치적 해결 방안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권력기관의 명운을 임명된 사법 관료의 판단에 맡기는 탄핵은 ‘정치’를 ‘사법’으로 대체하는 것인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에 ‘원 포인트 개헌’은 국민투표 과정을 거치므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이며, 엉망이 된 정치를 복원하는 과정이 된다.

둘째, 실효적이며 예측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 탄핵을 소추하는 것과 헌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것은 그 정족수가 같다. 그런데 탄핵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이 높다. 그러나 ‘원 포인트 개헌’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대통령 퇴진 여부는 국민투표를 통해서 30일 이내에 확정된다(헌법 제130조 제2항).

셋째, 투명할 뿐만 아니라 의회권력 통제도 가능하다. 탄핵소추에 대한 의결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이지만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명투표로 한다. 따라서 투표 결과에 대한 국회의원의 정치적 책임을 묻기가 수월하다.

넷째,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합리적이다. 탄핵과 병행할 수도 있으며 탄핵을 통한 퇴진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현행 헌법 개정 조항의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문제가 없고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국무총리에 의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다섯째, 정치적 평화를 가져온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각하 또는 기각한다면 주권적 저항 가능성이 높고 탄핵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 포인트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확정되므로 ‘침묵하는 다수’를 거론하며 촛불시위를 폄훼하는 이들도 국민투표의 결과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섯째, 질서정연하고 품위있게 대통령을 퇴진하게 하는 방법이다. 탄핵심판의 결과는 파면이다. 설사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대표를 사법관료의 손을 빌려서 ‘파면’당하게끔 하는 것은 머슴을 대하는 주인 된 자의 예의도 아닐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주권자 스스로에 대한 자기 모욕이다.

일곱째, 주권자로서 자기반성의 계기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고 비난은 했을지언정 주권자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에는 무능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개성공단 폐쇄, 간첩조작 사건, 노동탄압, 세월호 침몰,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서 그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애당초 구중궁궐 속에서 구상유취 상태로 떼쓰는 어린 소녀 같은 사람에게 대통령이란 걸맞지 않은 멍에를 씌워놓고 안온한 삶을 욕망했는지도 모르겠다. ‘원 포인트 개헌’을 확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는 바로 주권자로서 자기반성과 참회를 위한 실천의 과정이 될 것이다.

헌법학자로서 나는 현실에서 거론되어온 각종 개헌 논의들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심각하고 엄중한 헌법 현실과 국민 절대다수의 퇴진 요구에도 대통령의 자진 퇴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원 포인트 개헌’은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력구조 개편 등과 같은 당리당략적 다른 불순물들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이 헌법국가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진지한 공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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