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흔
서울 양천구 신월7동 대통령님, 역사 좋아하시죠? 역사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1894년은, 조선의 20세기의 운명이 결정된 해였습니다. 그해 2월, 고부의 농민들이 관아를 습격합니다. 이어 각지의 농민들도 들불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은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외쳤습니다. 국가 내적으로는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를 일소하고 신분제를 타파하려는 뜻이 있었고, 국가 외적으로는 외세의 개입을 받지 않는 ‘주권국가’를 만들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사회 내부의 부조리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를 바로잡으려 하였으며, 또한 제국주의 열강의 조선 침탈 야욕을 막으려 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당시 조선의 ‘유일한 근대화 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일본의 도움을 입어’ 조선을 경장하려 했던 ‘개화당’, ‘반상의 기존 질서를 옹호’했던 유림 척사 세력보다 확실히 더 정확하고 더 진일보한 의식을, 농민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민군의 이 현명한 외침에 대한 조선 정부의 화답은 청나라 군대 ‘출병 요청’이었습니다. 농민들의 정의로운 항거를, 외국 군대를 통해 진압하려 한 것입니다. 이를 빌미삼아 일본 또한 군대를 조선에 파병합니다. 일본군은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조선을 집어삼키고자 청일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조선이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 관군과 함께 농민군을 학살했습니다. 조선의 유일한 근대화의 동력이 사그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듬해 명성황후를 살해했습니다. 그다음은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36년 동안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후 미·소에 의해 허리가 잘려나가고 3년 동안 형제끼리 총칼을 겨눴습니다. 이때도 미국과 중국이 싸웠으니, 열강의 각축장이었네요. 이 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요. 백성의 소리를 듣지 않고, 성급하게 외국 군대를 불러온 정부의 아둔한 현실인식으로 백성들은 너무나 처참한 역사를 살아내야 했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1894년의 조선이 자꾸 떠오릅니다. 다시 이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전장이 될 것 같습니다. 중·러 대 미·일. 북한은 핵무장의 좋은 명분을 하나 더 추가했고, 중국이라는 힘 좋은 우군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릅니다. 군비증강의 명분(북핵)을 얻었다고 하면서요. 사드가 단순히 미사일방어 부대 하나 들여오는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참 공교롭게도, 역시나 국민의 의견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7월8일 사드배치 전격 결정, 13일 성주 배치 발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이해에 따라 성주 군민의 삶을 짓누르는 것에서, 그 옛날 일본군과 손잡고 동학군을 짓밟은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주장 등으로 세계경제는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외경제로 먹고산다고 하는 우리가, 중국의 경제보복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다 고려가 되어 있나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가 미국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북·중·러의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우리가 목이 빠져라 기다려온 ‘북한 붕괴’는 더더욱 미뤄질 것입니다. 이제 북한 붕괴론은 힘을 못 쓰겠네요. 대통령님은, ‘국정화 교과서 추진’ 등의 정책에서도 보여주셨다시피,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1894년의 조선’을 돌아보십시오. 혼자가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그래서, 외국이 아니라,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게인(Again) 1894’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7동 대통령님, 역사 좋아하시죠? 역사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1894년은, 조선의 20세기의 운명이 결정된 해였습니다. 그해 2월, 고부의 농민들이 관아를 습격합니다. 이어 각지의 농민들도 들불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은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외쳤습니다. 국가 내적으로는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를 일소하고 신분제를 타파하려는 뜻이 있었고, 국가 외적으로는 외세의 개입을 받지 않는 ‘주권국가’를 만들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사회 내부의 부조리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를 바로잡으려 하였으며, 또한 제국주의 열강의 조선 침탈 야욕을 막으려 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당시 조선의 ‘유일한 근대화 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일본의 도움을 입어’ 조선을 경장하려 했던 ‘개화당’, ‘반상의 기존 질서를 옹호’했던 유림 척사 세력보다 확실히 더 정확하고 더 진일보한 의식을, 농민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민군의 이 현명한 외침에 대한 조선 정부의 화답은 청나라 군대 ‘출병 요청’이었습니다. 농민들의 정의로운 항거를, 외국 군대를 통해 진압하려 한 것입니다. 이를 빌미삼아 일본 또한 군대를 조선에 파병합니다. 일본군은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조선을 집어삼키고자 청일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조선이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 관군과 함께 농민군을 학살했습니다. 조선의 유일한 근대화의 동력이 사그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듬해 명성황후를 살해했습니다. 그다음은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36년 동안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후 미·소에 의해 허리가 잘려나가고 3년 동안 형제끼리 총칼을 겨눴습니다. 이때도 미국과 중국이 싸웠으니, 열강의 각축장이었네요. 이 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요. 백성의 소리를 듣지 않고, 성급하게 외국 군대를 불러온 정부의 아둔한 현실인식으로 백성들은 너무나 처참한 역사를 살아내야 했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1894년의 조선이 자꾸 떠오릅니다. 다시 이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전장이 될 것 같습니다. 중·러 대 미·일. 북한은 핵무장의 좋은 명분을 하나 더 추가했고, 중국이라는 힘 좋은 우군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릅니다. 군비증강의 명분(북핵)을 얻었다고 하면서요. 사드가 단순히 미사일방어 부대 하나 들여오는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참 공교롭게도, 역시나 국민의 의견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7월8일 사드배치 전격 결정, 13일 성주 배치 발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이해에 따라 성주 군민의 삶을 짓누르는 것에서, 그 옛날 일본군과 손잡고 동학군을 짓밟은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주장 등으로 세계경제는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외경제로 먹고산다고 하는 우리가, 중국의 경제보복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다 고려가 되어 있나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가 미국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북·중·러의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우리가 목이 빠져라 기다려온 ‘북한 붕괴’는 더더욱 미뤄질 것입니다. 이제 북한 붕괴론은 힘을 못 쓰겠네요. 대통령님은, ‘국정화 교과서 추진’ 등의 정책에서도 보여주셨다시피,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1894년의 조선’을 돌아보십시오. 혼자가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그래서, 외국이 아니라,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게인(Again) 1894’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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