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심 대표는 “야권 공동의 총선 목표는 새누리당 과반의석 저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1일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같은 당 안철수 공동대표에 항의해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 등 압승을 막아내는 동시에 야권과 우리 당의 의석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함”이었다며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심 대표와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야권 지지층에서는 그동안 야권연대를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선거의 역할은 단순히 집권 여당의 실정(失政)을 심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는 정당이 가진 구상(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승인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야권연대는 집권 여당의 실정을 심판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야권연대를 통해 무엇을 이뤄낼 것인지, 연대 이후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정책연대’다.
뚜렷한 목표가 없는 연대는 당선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선택에 불과하다. 물론 정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집권이겠으나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어렵더라도 정치공학적 전략이 아닌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을 거쳐 집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야권연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고려돼야 한다. 여당의 독주 체제를 왜 막아야 하는지, 독주 체제를 막은 야권은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야권연대의 진정성이 갖춰질 수 있다. 즉, 야권연대의 첫 단추는 정책연대여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예컨대 지난 2월 더민주가 발표한 ‘더불어 성장론’과 정의당이 내놓은 ‘정의로운 경제론’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인상,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 주체 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당 강령 및 기본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주간지가 설 연휴를 전후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자리 문제, 경제민주화 등 경제 관련 사안이다. 야권이 공통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정책합의를 이뤄내면 유권자의 호응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능한 수준부터 연대를 해나가는 것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야권은 ‘평화’,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공동의 정책 방향을 발판 삼아 승리한 바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20개의 정책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합의를 거쳐 공동정책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에 따라 새누리당이 152석을 확보하면서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의 의석수를 합한 것을 넘어섰지만 득표수 총합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당별 득표수를 보면 야권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944만7351표를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 새누리당(932만4911표)보다 약 12만표를 더 받은 것이다. 공동정책으로 야권연대의 목표를 명확히 했을 때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야권연대가 겨냥하고 있는 것 즉, 야권연대를 통해 이뤄내려는 구상을 먼저 설명해야 유권자들이 야권연대를 지지하고 승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야권이 의지를 갖고 2010년, 2012년의 정책연대를 재현해주길 바란다.
김대영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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