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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경련은 과연 B52 폭격기를 반길까 / 배다지

등록 2016-01-18 18:46

연초에 북한이 수소폭탄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발표가 있자 세상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미국은 핵을 탑재한 B52 폭격기를 한국 상공에 띄우는가 하면, 바다 쪽으로는 항공모함 레이건호를 급파한다고들 야단이다. 덩달아 한국군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한편 예하부대에 북쪽이 최대의 위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서 북에서도 병력을 휴전선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한판 붙기 직전의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보니, 자나 깨나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하는 필자는 혹시 전쟁이 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전쟁이 터질까 하는 걱정을 전혀 안 하는 모양새다. 그전 같으면 피난 준비를 하느니 라면을 사 모은다느니 하는 보도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전쟁에 대비한다는 낌새가 전혀 없으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보았다. 대기업 임원실에서는 이 사태를 환영하는 쪽으로 생각할까? 혹은 상장기업의 주주들은 이 국면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주주들의 속내는 다들 이건 아닌데 할 것은 뻔하다.

아침 신문에서 “중국 쇼크에 환율까지 오르고 코스피는 1900선이 무너졌다”는 내용에 눈길이 멈춘다. 그러고는 지난해 7월 중순의 일이 떠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서울과 평양에 각각 남북경제단체 연락소를 설치하자고 제안을 했다. 어느 개인 대기업의 의견이 아닌 조직의 공식 견해로 발표한 것을 생각하면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가 이들에게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남북이 손을 잡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남북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전경련 회원 모두의 뜻이다. 말로만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한반도 서부 축 경제협력 루트 확보 △남북 접경지역 경제협력사업 재개·확장 △남북 신규산업단지 개발 △북한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동북아 경제협력사업 등 그 청사진이 방대하다.

이렇게 방대한 사업을 제안해놓고 있는 전경련 소속 대기업 임원들의 눈에는 이 B52 폭격기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을까? 지금은 지난날처럼 미국에 힘입어 우리 기업들이 날개 단 듯 성장해가던 시기도 아니다. 지금은 그 B52 폭격기가 기업과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는 심술꾼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대기업 임원들의 이해관계가 이럴진대 그 많은 주주들의 속내 또한 임원들과 같을지니. B52 폭격기의 위용이 말이 아니다. 어제의 구세주가 오늘의 심술꾼으로 되었으니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한 꼴이다. 미국에 힘입어 성장하고 발전해왔던 우리 대기업들이 이제 우리 영토를 지켜주려고 날아온 그 B52 폭격기가 옛날처럼 그렇게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이 변화야말로 근본적 변화의 징후인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엄청난 변화와 함께 변해야 할 지도자들의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역사의 변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변해가는 역사에 힘을 보태려는 지도자가 참된 지도자, 민족이 바라는 지도자다.

배다지민족광장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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