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사자 진위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월23일치 <한겨레> ‘왜냐면’에도 흥사단 애국가 작사자 규명위원장인 오동춘 박사가 쓴 ‘애국가 작사자는 안창호 선생’이라는 요지의 글이 실렸다.
나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00년 넘게 온 나라 백성들이 불렀고 지금도 부르고 있는 애국가의 작사자가 누구인지를 해방된 지 7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날까지 모른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갑작스럽게 애국가 작사자를 확정한다며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국편 위원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변절하여 친일파 노릇을 했던 육당 최남선이었다. 국편 위원들의 상당수도 친일파였다. 그런 친일파들이 해방 후에도 국사를 편찬한다고 나섰으니 이 얼마나 개탄할 일인가! 이렇게 역사 청산이 올바르게 되지 못해 해방 7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가 채택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은 또 얼마나 통탄할 현실인가?
1955년 당시 최남선은 윤치호와 자신의 친일 행각에 조금이라도 면죄부를 주려는 목적에서 애써 윤치호를 애국가의 작사자라고 우겼던 것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윤치호 유족이 제시한 자료 역시 엉터리다. 1907년에 썼다는 친필본도 1945년 10월에 쓴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우리 국민 모두는 독립지사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애국가의 진짜 작사자라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1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설 연휴를 반납하고 방미 중에 있다.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나는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안창호 선생의 유족들 말씀도 들어보고, 유품도 확인해보려 한다. 윤치호 유족도 만나 친필본도 직접 확인하고, 그들의 얘기도 들어볼 참이다.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 관계자·전문가·유족·관계기관들과 함께 엄격한 고증·토론·협의를 거쳐 애국가 작사자를 규명하고 싶다. 그리하여 해방 70년을 맞는 내년 8월15일에 애국가 작사자를 정부 차원에서 확정해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채택으로 힘들었던 지난해의 국민적 분노와 체증이 조금이나마 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확인해본 결과 애국가의 진짜 작사자가 누구인지를 규명할 만한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아니 봉건 잔재와 외세의 수탈이라는 이중적 고통에 시달렸던 이름 없고 힘없는 이 땅의 민중들의 집단 창작으로 애국가가 탄생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것 그대로를 해방 7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국가가 이름 없는 우리 백성들 모두의 공동 창작이었다고, 조선 팔도 모든 고을에서 국가의 존망을 걱정하는 농민들부터, 이화·배재학당의 학생들을 비롯한 대한의 모든 애국 학도들, 그리고 독립협회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백성들 모두가 애국가를 함께 만들어 불렀다고, 온 국민 앞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미를 통해 만나게 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안수산 여사는 올해 100살이다. 출국 전에 국제전화로 통화를 했는데 아직도 목소리가 정정했다. 안 여사는 애국가 작사자는 바로 안창호 선생이라고 못 박아 말한다. 관련 유품도 있다고 했다. 안 여사를 찾아뵙고 그 자리에서 애국가 작사자가 안창호 선생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는 눈물 속에서 불렀던 수많은 민초들의 애국가 한 자락을 떠올리며 한없이 울어버릴 것만 같다.
안민석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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