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집행부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며 민주노총이 세들어 있는 경향신문사 1층 로비 유리문을 부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철도노조 파업지도부를 조기에 검거하여 지도력을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파업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내세운 범죄 혐의는 ‘업무방해죄’였다. 대법원은 2011년 3월17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곧 파업 자체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더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판례 변경의 의의를 밝혔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9일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그해 6월25일부터 사흘간 철도민영화 반대와 관련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과반수를 얻었고, 11월12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및 철도민영화 등 사안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였다. 그 후 수차례에 걸친 기자회견, 투쟁지침 공고, 철도공사와 필수유지업무 근무 지정 협의와 통보를 통해 파업을 끊임없이 예고하였다. 12월3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주식회사 출자를 위한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면 12월9일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이처럼 철도노조에서 사용자(철도공사)가 파업의 시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였고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지정하여 근무하도록 조처한 사실에 비추어, 철도노조의 파업은 전격성 요건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와 공안당국은 형사법상 죄가 되지 않을 철도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마치 중대한 형사범죄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통해 국민을 기망하고 파업지도부 수십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자신의 최고법원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여론몰이에 ‘부역’하여 파업 중이던 노조 간부 3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체포된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마저 발부했다. 정부와 검경은 법원의 체포영장을 법적 근거로 삼아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사냥’에 나섰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공권력으로 침탈하기에 이르렀다. 영장이란 소환에 불응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발부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범죄 혐의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업무방해죄의 혐의를 인정하기 힘든 예고된 파업에 대해 발부된 체포영장은 그 자체로 무효일 수밖에 없다. 법원은 파업이 종료되자 자신이 파업 중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줄줄이 기각시키는 ‘뒷북의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실로 병 주고 약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철도공사, 경찰과 검찰, 정부와 대통령, 그리고 법원은 서로 협력하여 형사소송법상의 수사절차를 통해 죄 없는 철도노동자들을 죄 있다고 강요하며 수배자로 만들고, 수배자를 검거한다는 이유로 철도노조와 조합원들을 겁박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유린하였다. 공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수사절차가 거꾸로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대통령과 권력이 수사기관과 경찰력을 앞세워 법 위에 군림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권영국 민변 비상특위 공안탄압 대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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