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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선 1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

등록 2013-12-18 19:23수정 2013-12-18 20:47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제18대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여당은 ‘대선불복’ 카드로 겁박하고, 야당은 그 소리만 들어도 질색합니다. 여당은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엮는 것이 선거후유증을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민에게는 ‘대선불복이냐’라는 겁박이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나 ‘적반하장’ 격으로 들립니다.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새삼 들먹이는 것이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걱정이 되겠기에 어리석음을 무릅씁니다.

우선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의 ‘대선불법개입 혐의’ 말입니다. 왜 그렇게 지지부진하지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득달같은 기민을 보이면서, 정부부처에 대한 지지부진한 일처리는 고의적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성들은 주눅이 들어 있지만 눈치 하나는 빠릅니다. 그동안 국정원이 엔엘엘(NLL) 대화록을 공개하여 국익에 현저히 반하는 노릇을 서슴지 않았지요? 국정원의 손익계산서와는 달리, 국론분열에 자포자기하는 민심까지 고려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 게 없을 겁니다. 철도노조 파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 것은 정부의 이런 무신(無信) 때문입니다.

대선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개표 부정 의혹’이 풀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국정원 등의 불법선거개입 혐의가 가세되어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마저 키웠습니다. 그 부정의 내용은, 정부가 배포를 중지시키려 하는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백서>를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저자를 고발했다고 하니, 부디 그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 <부정백서>의 진실 여부를 밝혀주었으면 합니다. 전언에 의하면, 아직도 그 저자들은 피고소인 진술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이 왜 <부정백서> 저자 소환에는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정백서>와 함께 전문가들은 ‘개표 부정 의혹’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선거법에서 금지한 전산개표기의 사용을 부정의 한 증거로 들고 있습니다. 단순기계장치로 포장, 사용된 이 개표기는 분명 선거법 위반입니다. 또 개표의 주 수단이어야 할 수(手)개표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 국회에서 시연한 바에 의하면, 투표지 6000장을 수개표하는 데에 2시간 15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각 개표소에서 작성된 개표상황표에 의하면 예상시간보다 4분의 1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더군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선관위는 투표에 나타난 국민의 의사결정권을 담보하지 못했습니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여야 참관인까지 공범자이더군요. 야당이 ‘대선불복’이란 말에 주눅드는 것은 전산개표기 사용을 용인했고 수개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 때문이겠지요. ‘개표 의혹’을 따지지 않는 야당을 향해 국민이 ‘공범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개표 진행 상황을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중앙선관위의 ‘일분 데이터’라는 것에도 문제가 있더군요. 지역선관위의 개표 완료 보고 전에, 그 결과가 방송에 전해진 사례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대답은 선관위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검찰과 재판부의 몫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부정현상’들을 실사구시적으로 파헤쳐온 이들이 ‘부정의혹’ 문제를 두고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 100곳 이상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고소인 진술조차 받지 않고 각하시켜버린 지검과 고검이 있습니다. 진술을 받은 경우에도 피고소인을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거법 위반 고소사건을 다루는 대한민국의 검찰, 맞습니까.

재판부는 어떻습니까. 대선이 끝나자 야당의 침묵과는 달리 유권자 2000여명(현재 6800명)이 올해 1월 초에 대법원에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 안에 재판을 개시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을 무시하고 대법원은 아직도 재판기일조차 잡지 않았습니다. 그 뒤 두 차례에 걸쳐 재판진행촉구 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에서는 감감무소식이랍니다. 대법원이 왜 이럴까요? 이 ‘골치 아픈’ 재판을 미루어 계속적인 분쟁 상태로 끌고 갈 의향이 아니라면 재판이라도 열어 분노의 소리를 들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언론은 어떻습니까. 권언유착에 찌든 언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깨어 있다는 언론마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파수꾼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심판 앞에 직면할 것입니다.

대선 의혹 문제는 정치권에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여야는 한국 민주주의가 고사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합니다. 선거관계법을 보완하고 선관위와 국정원 등의 선거부정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다음의 결단은 이 정권의 거취 문제입니다. 정권이 물러나더라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굳게 지켜야 합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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