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자회사 설립을 강행한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지분 41%를 철도공사가 보유하며, 나머지 지분 또한 공공투자를 유치할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법인 정관에 공공부문 외에는 지분 매각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할 것이기 때문에 장래에도 민영화 우려는 없다고도 한다.
지루할 정도로 들었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없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기존 선로 80%를 중복 이용하고 출발지만 다른 열차가 어떻게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수서발 케이티엑스가 강남권 신규 수요를 일부 창출하겠지만 수요가 두세배 순증할 리 만무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존 코레일의 수요를 잠식하는 형태의 출혈경쟁 가능성이 더 높다. 굳이 모회사와 자회사를 나누어 한쪽이 이익을 내면 다른 한쪽이 부실해지는 경쟁 아닌 경쟁을 만들려고 하는지 그 이유는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향후 모기업인 코레일이 이익이 많이 나면 자회사의 지분을 10%씩 늘려 궁극적으로는 100%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논리대로라면 코레일이 이익이 나지 않고 자회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거꾸로 코레일의 지분을 줄이고, 결국 민간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정당화되지 않겠는가.
공공부문 이외에는 지분을 넘길 수 없도록 정관에 명시해 민영화 가능성을 없앴다는 주장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 현행 상법은 주식양도 제한이란 방법으로 이사회 승인이라는 절차적 제한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 이외의 자에 대한 양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상법이 허용하는 주식양도 제한 방법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어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률상 무효이기 때문에 언제든 변경 가능한 이율배반적 정관이다. 철도공사는 공사가 4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상 그 의사에 반하는 정관 변경이 이루어질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 방침에 휘둘려 자회사 설립에 속수무책으로 내몰리는 철도공사의 ‘의사’를 믿으라는 것인가?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논란에서 문제의 핵심은 해당 산업의 성격이 영리와 이윤 중심으로 재편되느냐 아니면 공공성을 유지하느냐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이름 아래 민간 참여, 지분 매각이 이루어지면 소유나 경영이 비록 공공에 있다 하더라도 사업의 성격은 이윤의 논리에 압도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비수익 노선 폐지, 비수익 시간대 배차간격 조정, 승무인력 감축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소유·경영의 민간 귀속 또한 시간문제다.
기간산업 민영화를 통해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지며 효율성은 높아진다는 이데올로기 또한 세계 어디에서도 입증된 바 없다. 1994년 영국 정부는 철도를 민간에 팔았고 기업은 돈을 벌었다. 요금은 올랐고 철도 사고는 증가했다. 민영화된 지 8년 만인 2002년 다시 공공의 소유로 되돌리는 결정을 했다. 선로시설을 독점 운영한 레일트랙과 보수당 정부는 큰돈을 챙겼다. 돈을 잃은 것은 국민들이고, 철도는 안전과 신뢰를 잃었다. 그 유명한 영국 철도의 사례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한국 철도시설 부문의 조달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해 ‘격찬’을 받았다. 국회의 비준동의권도 무시한 채 비밀리에 개방을 위한 조약에 사인을 했다. 국민은 임기 5년의 정권에 114년 역사의 철도산업의 처분권까지 맡긴 바 없다. 철도의 미래는 지금부터 노사정, 시민사회가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해도 늦지 않다. 파업을 통해서라도 이 사태를 막고자 국민인 철도노동자들이 나섰다. 이 정권이 또다시 형식적 법치의 잣대로 그들을 탄압한다면, 나는 설사 불법에 동조한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그들 편에 설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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