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부 예산안은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를 추진하면서 진 빚을 갚아주기 위한 예산 4100억원을 포함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이자 지원은 이미 1조1600억원을 넘었는데, 예산서에는 이자 지원의 종료 시점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모든 국민이 대를 이어가며 매년 1만원씩 수공에 강제 기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4대강 사업이란 게 뭔가? 국민의 80%가 반대했고, 수공이 만든 16개의 보는 담합과 비리, 부실 시공, ‘녹조라떼’ 등으로 회자되는 애물단지가 아닌가? 강 생태계를 사막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비용까지 먹어대는 하마가 아닌가? 경인운하 역시 그린벨트를 풀고 2조60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원금 회수는커녕 운영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날림 사업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이 원하지도 않았고 새로운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들 사업에 이자까지 내게 하다니.
10조5000억원의 공사비를 날리고 이를 국민에게 떠넘겼다면 사기업의 대표라도 처벌을 받고 재산을 내놓아야 할 범죄다. 그런데 수공은 적반하장으로 4100억원의 이자까지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창출되는 개발이익을 공공 부문에서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진출하겠다고 주장해 놓고 이런 거짓에 대해 변명조차 안 하고 있다. 아니 그들은 최근 3년 동안 직원을 258명 늘리고 성과급을 225%나 인상하는 등 흥청망청 예산을 써왔다. 김건호 전 사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두 번이나 연장해 5년 동안 자리를 유지했고, 투자를 함께 결정했던 이사들 역시 영화를 누렸다.
수공은 ‘국가가 사회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 이른바 공기업이다. 하지만 수공은 공공의 이익을 배반했을 뿐더러 천문학적 적자로 국가를 위험에 빠뜨렸다. 국민을 버리고 대통령을 추종했으며, 사업이 아닌 정치를 했다. 그런 수공을 위해 정부는 4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수공에 대해 어떠한 제재조차 계획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공을 지원한 근거는 이명박 정부가 개정한 수공법 37조, ‘수자원공사의 수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항목과 국가정책조정회의(2009년 9월25일)에서의 수자원공사 4대강 사업 금융비용 지원 결정이다. 하지만 날치기 법률에 의하더라도 수공의 지원이 의무조항이 아닐 뿐더러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수공 등에 2012년까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2013년 이후에 수공에 예산을 지원해야 할 근거가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예산 지원의 한계를 정하고 수공의 자구노력을 강제해야 한다. 수공에 자산을 팔도록 하고, 방만한 조직을 자르고, 호의호식한 임원진에게 배상을 요구하게 해야 한다. 만약 수공에 그대로 예산을 퍼주게 된다면 정치인들조차 그들의 무책임에 일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가 전혀 불필요한 사업이었음이 분명해진 이상 이제 범죄와 도덕적 해이에 대해 단죄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슈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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