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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 철도 / 임석민

등록 2013-04-10 19:39수정 2013-12-17 09:22

지금 한국의 철도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한국 철도의 생사가 한 달 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도산업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염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철도산업이 파멸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주의 경쟁 체제 옹호자로 알려진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2 철도공사의 설립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제2 공사의 설립은 곧 한국 철도의 죽음이다.

국토부가 내세우는 ‘경쟁이론’은 궤도 위를 달리는 철도산업과는 거리가 멀고, 보다 가깝고 중요한 이론이 ‘규모의 경제론’이다. 한국 철도는 쪼개기에는 너무도 작은 규모다. 한국 철도(3572㎞)는 단일조직 독점기업인 독일 철도(3만3723㎞)나 프랑스 철도(3만200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 철도업계는 최소 운영 규모를 4000㎞로 보고 있다. 철도는 나누고 쪼갠다고 경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동안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민영화에 반대하면서 논란의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우선 철도공단과 철도공사의 분리로 인한 갈등과 알력을 주원인으로 보고 공단과 공사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3월29일 국토부 2차관이 주제하는 간담회에 참석하여 철도 문제는 국토부 관료들의 코레일에 대한 감정의 소산임을 간파했다.

간담회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코레일이 불쌍하다”는 나의 발언에 대해 “코레일이 막강하다”는 반론을 들었다. 이철·허준영 사장 재임 때 코레일이 안하무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지금의 국토부 관료들의 행위가 곧 코레일에 대한 한풀이요, 파워게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국토부가 내세웠던 경쟁체제 도입의 논리가 내게는 전혀 사리에 맞지 않고 설득력이 없었다. 독점체제, 방만경영, 철도사고, 공룡기업 등이 국토부가 내세우는 경쟁체제 도입의 명분이다. 국토부 관료들에게 묻는다.

코레일만 독점인가? 인천공항도 독점이고 한국전력도 독점이고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우정사업 등 공기업은 모두 독점이다. 정부도 독점이며 국토부도 독점이다.

코레일만 방만경영인가? 공기업은 예외 없이 방만경영이다. 그래서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방만경영으로 말한다면 국토부가 가장 심하다. 항만, 공항, 도로의 과잉 투자가 한둘이 아니다. 국토부가 앞장서서 추진한 4대강, 경인운하 사업으로 생긴 엄청난 빚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고, 공항철도 빚은 코레일에 떠넘겼다.

민간 기업이나 제2 철도공사가 운영하면 철도사고가 제로가 되는가? 사고를 줄이겠다고 ‘관제’를 철도시설공단에 넘기겠다는 국토부의 행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철도산업의 특성상 코레일을 공룡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코레일은 최소 규모에도 미달하는 마이크로급이다.

철도공사를 둘로 쪼개면 국토부 관료들은 재직 때에는 제1·2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주무를 수 있고, 퇴직 뒤에는 차지할 자리가 더 생길지 모르지만 죽어나는 것은 국민이다. 국토부 장관이 시사했던 제2 철도공사 설립 안은 한국 철도를 죽이는 시나리오다.

한국 철도가 살 수 있는 길은 철도공단과 철도공사의 통합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리고 국토부 장관은 선사후공하는 관료들 소리만 듣지 말고 철도를 가장 잘 아는 코레일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한국 철도를 죽이는 우를 범해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

임석민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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