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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5060여성이 청소플랫폼으로 몰려가는 진짜 이유

등록 2024-01-03 19:11

지난해 10월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50플러스센터에서 청소 플랫폼 업체 청소연구소가 중장년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청소 매니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왜냐면] 김동수 | 르포작가·‘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저자

요즘 50·60대 여성들 사이에서 원하는 시간에 청소일을 할 수 있는 청소 플랫폼 노동이 유행한다고 한다(한겨레 2023년 11월15일치 16면 ‘5060여성, 플랫폼노동 몰려간 이유’). 이는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업체의 중개로 그들이 청소하러 가는 곳은 대개 ‘가정집’인데, 플랫폼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인력사무소가 플랫폼 업체의 역할을 했었다. 가사·청소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가사·청소 도우미’라 불리는 가사 노동자가 해야 할 역할은 그대로다.

내가 만났던 한 대학 청소노동자도 부업으로 가사·청소서비스 일을 했다. 그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청소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청소할 가정집을 찾았다. 그렇게 간 곳의 첫인상은 ‘쓰레기장’ 같았다. 싱크대에는 설거지를 안 한 그릇들이 넘쳐났고, 제때 버리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는 한가득이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와 머리카락이 밟혔고, 화장실 변기는 닦은 지 오래돼 보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바퀴벌레가 많이 나올 법한 집’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터들을 그 뒤에도 수없이 만났다. 그럼에도 대가로 받은 일당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가사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최소 근로시간, 유급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만큼은 보장하자는 취지로 시행 중인 가사근로자법이 당시에는 제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일하다 누명을 쓴 적도 있었다. 청소하며 본 적도 없는 물건을 집주인이 사라졌다고 노발대발해서 경찰서까지 갈 뻔했다. 결국 집주인의 착각이었던 걸로 밝혀졌지만, 뭐만 없어지면 청소하러 온 사람을 좀도둑으로 의심하는 일은 다른 집에서도 간혹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홈캠(가정용 감시카메라)을 달아놓은 집을 청소하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고 했다. 홈캠이 자신을 계속 감시하는 것 같아 불편함과 모멸감이 들어도, 최소한 좀도둑이 아니란 사실은 증명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청소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 주부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 한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집에서 가사 ‘노동’을 하면서, 남의 집에서 또 가사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다. 집안일을 안 하면, 그 가정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가사·청소서비스의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사 노동자의 집안일’과 ‘주부의 집안일’ 사이의 차이는 결국 일하고 돈을 받느냐, 아니냐일 뿐이다. 집안일 자체에는 차이가 없다.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다는 청소 플랫폼 노동의 편리성은 가사 노동자들이 본업, 집안일 등 기존 근로시간을 피해 일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50·60대 여성들은 왜 엔(N)잡러가 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일할 수 있는 직종은 제한되고 일하는 곳의 근무환경은 나빠진다. 특히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청소, 요양보호, 조리 등 자신의 집에서 무급으로 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 일자리들은 시급제에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보수를 받으며, 근로시간이 길지 않은 특징을 가졌다. 어떻게든 여러 일을 해야 생계비를 벌 수 있는 노동조건인 셈이다. 너무 낮게 책정된 50·60대 여성 노동력의 가치가 어쩌면 청소 플랫폼 노동의 유행을 견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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