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그렇게도 바랐던 할머니가 되고 보니

등록 2023-12-13 18:19수정 2023-12-14 02:38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김은경 | 전업주부

 두 달 전 첫째 딸의 출산으로, 그렇게도 바랐던 할머니가 됐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작금의 저출산 현상에 할머니가 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 됐다.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로 또 한 번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0.73에 그칠 것 같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나’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은 속도와 지속 기간에 있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한다면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때와 버금가는 인구 감소의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젠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우리의 저출산이 크나큰 걱정거리라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할머니가 된 직후부터 거의 매일 딸네 집을 찾아 육아를 돕고 있으며, 음식 솜씨 좋으신 사돈댁은 집이 멀어 자주 찾진 못하고 가끔 딸 부부를 위해 음식을 장만해 오신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던 가부장적인 남편도 가끔 외손자가 집에 오면 성심껏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족이 각자의 처지에서 작지만 도움의 손길을 보탠다면 육아가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 딸도 주말에는 언니 집을 찾아와 조카와 같이 놀아주곤 한다. 평소 맞벌이로 인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고 있었던 둘째 딸이 최근엔 출산 계획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내게 귀띔해 줬다.

전문직인 첫째 딸은 장기간의 육아 휴직에 따른 경력 단절이나 줄어든 가정 수입이 꽤 걱정인 모양이다. 출산·육아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세상의 그 어떤 기쁨도 자녀가 주는 기쁨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많은 이들의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저출산은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정도로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로, 나라의 장기적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해 보인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든다는 건 우리 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동네마다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