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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1인당 보호관찰 소년 47.3명…전담인력 증원 시급

등록 2023-12-11 18:28수정 2023-12-12 02:40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한참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할 7살 때 부모가 이혼한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소년을 양육하다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건설현장 일용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살게 됐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초등학생인 소년을 체벌했다. 아버지가 재혼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소년은 가출을 시작했다. 불안정한 가정환경 탓에 전학을 다니면서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애착한 경험이 없어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했고, 중학교 때는 용돈을 받지 못해 따돌림을 당했다.

가출해서 거리를 배회하다 무인점포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훔치면서 비행을 시작했다. 가출 기간 모텔이나 선배의 자취방, 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며 절도와 사기, 오토바이 무면허운전 등 범죄를 저질렀다. 삶에 지친 소년은 깨진 소주병으로 손목을 긋는 등 수차례 자해하고 자살 시도까지 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만난 전국 각지의 불량 교우들과 무리를 지어 다녔지만 소년이 마음을 준 진정한 친구는 없었다.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결손가정과 아동보호시설, 쉼터, 거리에서 보내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소년의 보호관찰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소년의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은 우선 원호 지원을 통해 소년의 환경을 개선하고 자존감을 높이기로 했다. 면담을 통해 소년이 가족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아버지와 수시 상담으로 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훈육할 수 있도록 조언해 관계를 일부 개선하도록 도왔다. 소년이 문신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확인하고, 지역사회와 복지단체 등을 수소문해 지자체로부터 문신제거를 위한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소년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예산을 지원받아 자신의 차로 소년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교를 자퇴한 소년의 학업을 위해 검정고시 교재와 수강권을 지원하고, 직업전문학교 입교를 연계해서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도했다.

보호관찰은 비행을 저지른 소년을 소년원에 수용해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준수사항을 이행할 것을 전제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및 원호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제도다. 소년 보호관찰 담당자는 법을 집행하는 본연의 업무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교사의 역할, 경찰과 사회복지사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현재 직원 1인당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 인원은 평균 47.3명이다. 중·고등학교 학급당 인원이 20~30명인 것을 감안하면, 위기청소년을 지도·감독하는 소년 보호관찰 전담인력 증원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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