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관계자 등이 지난 7월6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특수활동비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이범준 | 뉴스타파 객원기자
경향신문 사법전문기자로 일하다 퇴사하고, 지난해부터 뉴스타파 객원기자로 있다. 지금 정부·여당에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고 말하는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는 내가 뉴스타파와 일하기 전에 나왔다. 이 보도 과정이나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기자로서 검찰을 취재해왔고, 파트너로서 뉴스타파 곁에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뉴스타파를 탄압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하고 있다.
해직 기자들이 만든 임시 조직이던 뉴스타파는 이들이 복직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신입 기자를 정기 채용하는 소규모 언론사가 될 것인지, 미국 ‘폴리티코’처럼 전문기자들이 들고나는 플랫폼이 될 것인지 고민했다. 전문위원 제도는 후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전문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대선 직전 김만배씨와 한 대화 녹음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그런데 대화 직후 김만배씨와 거액 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전문위원과 뉴스타파의 관계는 애초에 다소 성긴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권력이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내게 각인시킨 보도가 셋 있다. 우선 ‘죄수와 검사’ 시리즈다. 이 기사는 검사가 사건을 입맛대로 다루고 어쩌면 조작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구체화했다. 시민에게 검사의 말과 글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심어줬다. 고백하자면 이 보도 관련 제보가 내게도 왔었다. 하지만 나는 검찰을 정면으로 상대해야 하는 이 내용을 취재하지 않았고, 이후 뉴스타파에 그대로 나왔다. 보도 첫날 퇴근길 지하철역에 앉아 멍하니 보도를 보았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검찰 특활비 공개’는 뉴스타파 보도의 독창성과 파괴력을 드러낸 기획이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조직의 자금을 밝혀 처벌해온 검찰의 자금을 밝힌 프로젝트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언론사 기자가 많지만 이런 기획을 하지 않았다. 언론사가 변호사를 선임해 정보 공개를 청구한다고 이런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다. 하승수 전문위원이 이 분야 독보적인 전문가이면서 저널리스트 자질까지 갖췄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뉴스타파 전문위원 제도가 노린 것이고, 대표적 성공 사례다.
끝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거짓말 의혹’ 보도가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일 밤 11시40분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사 육성을 보도했다. 윤석열 자신이 2012년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하는 통화 녹음이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후보자가 위증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무렵 내가 만난 청와대 어느 비서관은 “뉴스타파가 그런 보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시점이 의도적이다. 청문회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지 후원자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뉴스타파는 재정 위기를 맞았다.
뉴스타파는 최후 성역이라는 검찰 권력을 감시해왔다. 거대 방송과 신문이 검찰을 추종하거나 두려워할 때 뉴스타파는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검찰인지 윤석열 정부 검찰인지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 수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뉴스타파가 한 검찰 비판은 국기 문란이 됐다. 지금 정권이 국기 문란이라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에 관한 보도도 따지고 보면 윤석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의 수사에 문제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거짓말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가 같은 사람이다.
옆에서 보는 뉴스타파는 허망해하면서 묵묵히 견디고 있다. 거대한 덫에 걸려들었다며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다. 시민 응원이 없다면 밖에서 부수기 전에, 안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없어지면 다음 표적은 댓글과 영상으로 발언하는 개인이다.
개인이 보수든 진보든 안전하지 않다. 다시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한다. 뉴스타파가 아닌 우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