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 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저수지에 긴급 급수차량이 물을 쏟아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왜냐면] 조창현 | 한국수자원공사 완도수도지사장
8월8일은 ‘섬의 날’이다. 섬이 가진 관광·생태·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9년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 제4회를 맞아 울릉도에서 기념식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카눈으로 아쉽게 취소됐다.
섬은 본질적으로 고립돼 있다. 육지와도, 다른 섬과도 떨어져서 바다 위에 존재한다. 그 때문에 특유의 섬 풍광과 먹거리 등을 바탕으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의 휴식처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연계가 어려워 재난 상황에서는 불리하다. 특히 수십 년 만의 가뭄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섬은 가장 취약한 곳이 되기 쉽다.
얼마 전 큰 피해를 남기고 끝난 장마와 집중호우 때문에 잊혔지만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광주·전남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으며 주암댐과 동복댐 등 상수원으로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초조하게 헤아리는 비상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섬으로 이뤄진 완도군은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 더욱 심각했다. 심한 경우 1일 급수 뒤 6일 단수의 제한급수를 하며 급수 차량을 배로 실어 섬에 물을 공급했다. 육지 같으면 상수도 관망을 통해 이웃 지역과 연계해 물을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섬은 그 ‘연계’가 어려운 조건인 것이다.
다행히 가뭄은 끝났고 얼마 전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이 비를 몰고 오는 시기가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올해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돌아올 계절에는 꼭 필요한 것이니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가뭄이 지나가고 홍수에 대비해야 하는 지금, 다가올 가뭄을 생각해야 한다.
중장기적 가뭄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완도군을 예로 들면 제한급수를 겪었던 넙도에 최근 바닷물을 정수처리해 식수로 사용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도입했고, 보길도에는 지하수를 모아 사용하는 지하수 저류지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가뭄 대책은 바로 광역 상수도 공급이다. 해저 관로를 통해 육지의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인데 노화도와 보길도 방면은 현재 수도정비계획에 반영해 검토 중이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다.
많은 수자원 전문가들은 가뭄 극복의 핵심은 ‘연계’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가뭄의 장기적 대책으로 주암댐과 장흥댐의 연계가 추진되고 보성강댐의 수력발전용수를 주암댐으로 연계 공급하는 방안도 시행됐다. 고립돼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이 광역 상수도에 연계돼 가뭄 걱정 없는 섬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