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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순살아파트’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부패구조 방관 말라

등록 2023-08-02 17:59수정 2023-08-03 02:38

경기 오산시 세교2A-6블록아파트 주차장에 1일 오후 기둥 보강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곳을 포함해 지하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 오산시 세교2A-6블록아파트 주차장에 1일 오후 기둥 보강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곳을 포함해 지하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왜냐면]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선분양 제도를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다.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시장에서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제품의 품질이 낮거나 불량품일 경우엔 가차 없이 퇴출된다. 정상적 시장이라면 철근 빠진 순살·침수 아파트는 시장에서 마땅히 퇴출돼야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버젓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대기업 유명 브랜드를 걸고 팔린다. 대한민국 아파트 분양시장은 소비자인 국민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전분양 시장을 열어줬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함에도 책임은커녕 발주처는 건설사를, 건설사는 하청사를 탓하는 폭탄 돌리기만 난무할 뿐이다. 최근 순살·침수 아파트라는 부실공사와 관련한 신조어들은 반시장적 국가정책으로 잉태된, 너무도 응당한 결과물이다.

건설현장은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이 만연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시공한 아파트조차 이런 지경이면 입으로 말하기도 허탈하다. 불법 하도급은 부실시공뿐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임금 체불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을 무수히 발표했다. 강력 처벌, 무관용 원칙, 엄정 대처 등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부실시공이 사회문제화할 때마다 어김없이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도 국토부가 강력한(?) 불법 하도급 단속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은 이를 비웃듯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도시개발공사 등 전국의 공공 공사 현장 80여 곳을 실태 조사해서 85%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목수, 철근 등 골조공사를 비롯해 타일, 도배, 바닥 작업 등 마감공정에서도 불법 하도급이 이뤄지고 장비 임대료 체불 등 고질적 체불도 여전하다. 정부는 공사비를 단계별로 횡령·착복하는 부패구조는 손도 대지 못하고 처벌수위가 미미한 불법 하도급 처벌만 언급한다. 본질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시뻘건 녹슨 철근을 시공하고, 철근을 빼먹고,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는 것이 원청 소장, 감리, 안전관리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이 이뤄진다. 말단 목수, 철근 팀장이 상납하는 관행 구조는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전혀 없다. 인허가 관청을 비롯해 성역화된 거대한 이권 카르텔이 터를 잡고 배를 불리고 있다. 이로 인해 순진한 소비자인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안전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것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직접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불법 하도급은 금지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데도 국토부는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후분양제도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또한 법대로 직접시공에 대한 감시 체계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직접시공하려면 직접고용해야 한다. 직접시공, 직접고용, 직접지급을 시스템화해서 현장을 투명화하고 철저히 관리해야만 거대하고 견고한 부패구조를 끊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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