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물관리 부처 이관, 포스트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책 아니다

등록 2023-07-26 18:09수정 2023-07-27 02:07

지난 16일 오전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6일 오전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김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북 미호강 제방 붕괴로 지하차도가 침수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홍수 대책의 최우선 목표가 인명 피해 방지임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홍수 대책의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경부의 물 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다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과 포스트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원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대책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발생한 홍수 피해의 원인은 하천 관리 문제다. 미호천교 주변 제방 붕괴는 교량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철거한 뒤 생긴 취약 지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경북 포항 냉천의 피해도 하천 관리 미흡에서 발생했다. 2020년 전남 섬진강 남원과 구례 침수 피해도 교량으로 인한 제방 취약 지점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 하천의 관리 체계는 취약하다. 하천 전체를 일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 한강과 같은 유역을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나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지방하천은 지자체 행정구역별로 분산해 관리하고 있다. 국가하천 유지 관리도 대부분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다. 하천의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의 관리 주체가 다르다. 핏줄처럼 연결된 하천을 부분 부분 잘라내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관리 능력도 문제다. 이번에 사고가 난 미호강 관리를 환경부는 충북도에 위임했고, 충북도는 청주시에 재위임했던 상태다. 예산과 인력을 충분하게 투입하기 어려운 지자체가 모든 것을 떠안고 있다. 2020년 지방하천 관리 사업을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더 심각한 상황이 됐다.

전국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은 약 3만㎞다. 이를 관리하는 환경부 공무원은 유역청과 홍수통제소를 포함해 300여명 수준이고 지자체마다 하천을 담당하는 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홍수를 막아야 하는 제방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하천 안에 지장물이 있는지, 홍수 때 영향이 어떨지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호강 제방도 홍수를 대비해 제대로 보강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하천 관리 인원은 약 5천명이다. 그 가운데 약 4천명이 전국 98개 하천사무소에서 하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는 별도다. 국토 면적의 약 70%에 대한 하천 관리를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장한다. 행정 단위가 아니라 유역 단위로 일차적 관리가 이뤄진다. 미국은 공병단에서 주요 하천 전체를 일괄 관리하고 있다.

이번 홍수 피해의 원인은 하천 관리에 있다.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에 있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2020년 섬진강 홍수 피해는 하천 관리 업무가 국토부에 있을 때 발생했다. 불과 1년 반 전에 환경부로 이관한 하천 업무를 국토부로 다시 이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준설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도 아니다. 2018년 국토부가 수립한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미호강의 하천 바닥은 2011년보다 평균 9㎝ 증가했고 10년 뒤에는 14㎝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준설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미호천교를 건설하면서 기존 제방을 철거하지 않았거나 임시 제방을 규정에 적합하게 만들었으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처 이관보다 더 중요한 하천 관리 문제는 많다. 2018년 감사원은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의 제방 약 54㎞가 목표로 하는 치수 안전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미호강 홍수와 같은 상황이 오면 4대강 제방이 월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전국 지방하천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하천을 제대로 관리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행정구역별로 분산된 하천 관리를 하천 유역별로 통합 관리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 유역별로 모든 제방과 시설물을 일괄 관리하고 하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파악해 대책을 시행할 수 있는 가칭 ‘하천공단’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댐과 광역상수도는 수자원공사가, 하수와 환경시설은 환경공단이 담당하는데 전국 3만㎞의 하천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겪고 난 지금 해야 할 일은 원인에 맞게 하천을 제대로 관리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물 관리 부처 이관이나 포스트 4대강 사업은 이번 홍수 피해 원인과 연결되기 어렵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1.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윤석열 대통령은 9수를 했다 [권태호 칼럼] 2.

윤석열 대통령은 9수를 했다 [권태호 칼럼]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3.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사회’ 따위는 없다고? [세상읽기] 4.

‘사회’ 따위는 없다고? [세상읽기]

감액예산 극한 대립…누구의 잘못에서 시작했나? [12월3일 뉴스뷰리핑] 5.

감액예산 극한 대립…누구의 잘못에서 시작했나? [12월3일 뉴스뷰리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