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지난달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송경용 | 성공회 신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 위원장
권력과 일부 언론의 시민운동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향한 비판과 압박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사실 확인 없이 ‘시민단체 부정행위’로 싸잡아 매도하고, 이 정부의 국고보조금 투명화 정책 성과인 양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편승하고 숟가락을 얹는 사람들에게 고한다.
공공이 해야 하지만 공공의 손길이 못 미치는 일, 보편화하기에는 법·정책·예산·실행체계 등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시범적으로 하는 일, 행정과 시민의 편익과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민간에게 맡기는 일 등에 대한 이해가 있는가. 비영리기구(NPO)인지, 비정부기구(NGO)인지도 구분하지 않으면서 애드보커시(권리 옹호, 정책 제안)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풀뿌리 단체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해오고 있는지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보조금과 지원금을 구분하는지도 궁금하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보조금이든 지원금이든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서 매도한다. 법에 근거한 전달 체계의 하나로서 사업을 수행하는 회원 조직은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전장연은 임의 조직이라 신청 자격도 없다. 1400억 원이 아니라 1400원도 못 받는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만한 사람들이 실체를 살피지 않고 비판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다양한 협회나 단체, 비영리민간단체, 합법적으로 영리사업을 할 수 있는 민간조직을 구분하지 않고,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 의혹, 정치화, 신뢰 문제 등의 프레임을 씌워 잘못된 논리를 더욱 강화해간다. ‘민간단체 보조금’을 ‘시민단체 보조금’으로 오해하도록 악용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다.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받아 몇 달만 일해보라고. 회계 처리와 감사가 얼마나 치밀하고 까다로운지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행정 시스템이나 담당 공무원들, 민간의 수준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세상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시민운동의 본령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다. 정치가 바른길을 가도록 감시·비판하고, 약자들을 위해 발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 모두 정치활동이다. 시민운동·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인사들이 시민운동과 시민단체의 힘을 발판삼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일부 개인의 문제로 시민운동·시민단체의 모든 활동이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질적 운영과 활동을 책임지는 활동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봐 주기를 바란다. 시민단체를 일부 명망가들이 운영한다는 생각이 큰 착각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뼈를 갈아 넣어’야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활동가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픔을 견디는 사람들의 곁에서 밤과 낮을 꼬박 새워야 하고, 수시로 터지는 사건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긴급한 요청에 소방관들처럼 수시로 뛰어나가야 한다. 길거리에서, 고공 철탑에서, 단식 농성장에서, 강변에서, 산꼭대기에서, 바닷가에서 대책 회의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법안과 정책을 만들고 있다.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탄압을 온몸으로 막으려다 기소당해 재판을 받으러 다니면서도 기부자·후원자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를 써야 하고, 소식지를 만들어 활동을 보고해야 하고, 수시로 내·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늘 모자라는 운영비를 채우기 위해 일일 주점, 후원의 밤도 조직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갹출하기도 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머리털이 빠질 정도로 덥고, 장대비가 퍼붓는 날에도, 절망에 빠져있는 어려운 분들 곁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곳곳에서 공익을 위해, 우리 모두의 권리와 복지와 안녕을 위해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활동가들을, 시민운동을, 시민단체를 봐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물의를 일으키는 활동가, 문제를 일으키는 미숙한 단체도 일부 있다.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사실과 실체를 제대로 살펴보고, 제대로 비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