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조영무 | 공명연구소장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지 1년2개월이 지났다. 그의 취임 전후로 대한민국 국민은 새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통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국정 성과는 매우 작다. 아니 낙제점에 가깝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은 무능한 정권이다.
최근에는 나토정상회의를 참석한 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쟁 당사국 러시아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시사했다. 이는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신중치 못한 처사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왜 이렇게 균형 감각을 잃고서 한쪽으로 편향된 국정운영을 하는가? 국민 입장에서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 세일즈맨 1호’를 자처하고 있지만, 국민 눈에는 ‘재벌 세일즈맨 1호’로 비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에도 국민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왜 갑자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에 양평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했는가? 이와 관련해 개입한 이들이 있다면 응당 법의 처벌을 받고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또 대형사고에서 보여준 사전 대응 미비와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 등 ‘천재지변과 인재의 결합’에서 나타난 혼돈과 무질서는 한마디로 ‘무정부 사태’를 연상시키고 있다. 이번 홍수 때 홍수통제소는 홍수 경고와 함께 청주시 흥덕구청에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지만 이는 묵살되고 말았다.
이태원 대형 인재 사고, 서울 반지하주택과 포항 지하주차장,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천재지변에 인재가 더해진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대응은 낙제점이다. 전혀 긴장감이 없고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간절함도 없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만 쳐다보는 탁상공론이 여전하다. 이런 극한 폭우에 관련 공무원은 지하차도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을 막고 차량이든 사람이든 통행을 금지시켰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대통령만 탓할 것인가? 소중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중대본, 지역단체장, 관련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뭐 하고 있었는가? 산사태로 매몰이 예상되는 지역과 강물이 넘쳐서 위험한 지하차도를 돌면서, 지역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하지 않았는가? 선거 때만 마이크 들고 “표 달라”고 애원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시급한 상황에서 마이크 들고 외치면서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정치인들의 열정을 보고 싶다.
현재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물난리에 국민의 생명이 쓰러져 가고 있는데,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 부인의 ‘명품 쇼핑’ 보도는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장관급 이상 그 누구 한 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그 직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그러니 공무원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과감한 인사 조처로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지 않으면, 남은 임기 내내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에 대한민국은 침몰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 되면 대통령, 국무총리 이하 전 국무위원, 밥값 못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 등 모두가 자신의 본분을 자각하고 비상시국으로 운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거국내각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열렬한 지식인과 고통에 시달리는 민중이 만나면 혁명이 시작된다고 했다. 무능한 정권에 이탈된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국정 최고책임자 윤석열 대통령만 모르는 것 아닌가? 백성들은 군주라는 배를 띄울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군주라는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국면이 전개되기 전에 ‘국정 혁신’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