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학살 희생자 임순재씨의 딸 임남신(73)씨가 6월2일 대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아버지와 찍은 유일한 사진을 들고 울먹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왜냐면] 김광원 | 시인
굴비처럼 어깨와 팔 줄줄이 엮이고
두 발목을 잡힌 채 엎어져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최후의 눈빛
― 이게 나라냐, 생지옥이냐.
6월27일 대통령 이승만, 대전에 피란오다.
28일부터 나무기둥에 묶여 총살당하고
오륙십 명씩 장작더미에 던져지고
그렇게 천사백 명이 지워졌다.
7월1일 이승만, 비밀리에 대전을 떠난 뒤
대전형무소에 좌익극렬분자 처단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고
구덩이를 바라보는 얼굴 뒤통수에
또 총알을 날려 이천 명, 파편으로 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워커> 앨런 위닝턴 기자는
7월16일 백 명씩 실은 트럭 37대가 이동되어
모두 삼천칠백 명이 사살되고
미군장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났다며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고 썼다.
교화한다고 보도연맹에 가입시켜 놓고는
6·25가 터지자 정치범으로 다 죽여?
그때 백일을 갓 넘겼던 딸 73세 임남신 씨가
사진 속 아버지를 안고 오열한다.
※이 글은 6월28일치 <한겨레> 기사를 읽고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