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네 번째 변론기일인 지난 6월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은 지난 6월27일 4차 변론기일까지 마무리하면서 선고만 남겨놓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새달 초 나올 선고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이번 탄핵심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3차례에 걸쳐 다룬다.
“청와대는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피하려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며 또다시 자신의 책임없음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을 통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해 줄 것을 약속했다. 반복되는 참사와 정부의 책임회피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기고백에 불과하다.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고 생명을 보전해 공포를 제거하는 것은 17세기 토마스 홉스의 사회계약론부터 이어져온 근대 자유주의 국가의 핵심 의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존재이유를 저버렸다. 재난상황에서 스스로 컨트롤타워이기를 거부한 대통령과 정부, 떠나간 가족을 애도할 권리조차 외면하는 국가, 이윤을 위해 살인적 노동환경을 방치하는 중대재해기업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국가,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기 정체성조차 부정해 버린 국가, 지금 우리에게는 적어도 근대적 의미의 국가는 사라져 버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이 점에서 너무도 중대한 사건이 된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의 생명안전에 대해 매우 구체적 역할과 의무를 재난안전법을 통해 부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다루는 탄핵심판은 의무를 저버린 장관을 국가와 헌법의 이름으로 내침으로써 국민의 생명보장이라는 국가 의무를 복원하는 자리다.
정의는 합법성의 가면 아래 너무도 손쉽게 매몰된다. 이태원 참사처럼 정부의 총체적 실패와 실수가 누적된 사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떤 장관이나 행정기관의 장에게 중대한 잘못이 있어도 처벌 근거가 되는 법률규정이 없어 제대로 처벌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의 경우 현 정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집합돼 발생한 사건이다. 일종의 총체적 정책실패에 기인한 것이고, 따라서 형사처벌보다는 정치적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그 일환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사실 우리 3권분립 체제에서 정부 실정에 책임을 물을 장치는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이 유일하다. 그래서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해임건의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의사를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장관의 해임을 거부하는 어떠한 근거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책무마저 저버리면서 우리 헌법이 정하는 정부 견제장치가 졸지에 무력해져 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절실하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상황에서는 탄핵만이 최후의 정부견제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무능하고도 무력하게, 심지어 의지조차 없이 이태원 참사를 방치하고 방관했던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길이 탄핵심판이다. 국가가 국가다울 수 있기 위하여, 헌법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하여 우리 국민은 이 탄핵심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를 제시한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눈 감지 않는 정부, 국민의 안전을 자본의 뒷켠에 두지 않는 정치, 우리의 인간됨을 다른 어떤 것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 사회, 그런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뤄져야 하고 그 부정의에 대한 책임은 빠짐없이 물어야 한다. 그럴 때만 반복된 참사에서 끊임없이 죽게 만드는 이 죽음의 정치를 끝낼 수 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고자 하는 ‘우리 대한국민’이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은 그 중심에 자리한다.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장관을 파면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이 우리 모두의 헌법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헌법임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