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단체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에 있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의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도지사와 도의회에 환경영향평가 권한 이양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오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왜냐면] 김경준 | 강원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국회의원 86명의 발의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상정됐다. 이 개정안이 통과하면, 수도권 시민이 먹는 수돗물의 원수가 있는 소양강댐 주변에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강원도 산림의 58%를 차지하는 국유림을 강원도지사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 강원도 면적의 2.6%를 차지하고 대다수가 평지와 하천 유역에 있는 농업진흥지역의 해제와 건설사업도 도지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통제와 관리를 받아왔던 강원도 면적의 60%를 도지사 관할로 이관하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도지사는 강원도 면적의 84%를 임의대로 개발할 권한을 갖게 된다. 30년이 되어가는 지방자치 역사가 존재하기에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관리할 역량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진행하는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사업을 보면 암담할 뿐이다.
5개 보호지역으로 중첩된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한 주체가 강원도와 양양군이고, 정치권의 압력으로 환경부가 주관한 환경영향평가가 통과했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환경영향평가부터 보호구역 해제·변경까지 도지사의 권한으로 설정하고 있어 30년 지방자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하면 강원도 국유림 개발 권한, 생태 자연도 1등급지의 개발 권한, 9개 댐의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 설치, 북한강과 남한강 주변 지역에 공장 및 폐수배출시설의 설치, 농지에 건물 짓기, 백두대간 파괴, 국제학교 설치, 한계 없는 카지노 설치 등의 엄청난 권한이 도지사에게 이관됨으로써 강원도의 난개발은 끝나지 않는 통제 불능의 악순환을 시작하게 된다.
광역지방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이관하는 법이 바람직하냐는 고민에 앞서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의 어려움은 사실이기에 특별법을 통해 탈출구로 삼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막강한 권한을 원하는 만큼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노력하는 모습은 이번 개정안에 없었다. 막강한 도지사의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전무하고 평화, 인권, 보건의료, 복지 등의 분야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폐광지역 개발지원특별법이 있다. 이 법을 근거로 도지사는 강원도 내 4개 시군의 환경영향평가와 개발행위를 임의대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러한 폐광지역 개발지원특별법을 20년 연장하고 카지노의 설치와 카지노의 매출 규모 해제를 도지사 권한으로 하는 등 특별법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면 대한민국에 안되는 것이 없다. 무조건 특별법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부칙을 포함해 140조에 달하는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례 조항’으로 점철할 만큼 기존의 법체계와 상충하는 조항이 가득하다. 이 개정안이 통과하면 기존 연계 법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정부부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터무니가 없어서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원 86명이 동의한 법이고 정부 주요 인사가 찬성하고 있어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원도의 개발숙원사업 리스트를 특별법이라고 부르는 천박한 모습이 부끄럽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개정안 통과를 무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