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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그날 재난관리시스템은 어떻게 무너져내렸나

등록 2023-02-22 18:29수정 2023-02-23 02:36

지난해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가 밝혀야할 진실③

최희천 박사·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

재난 현장에 몸을 담은 이들은 누구라도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압사 위험을 낮추기 위해 특수 장비가 필요한 것도, 고난이도 역량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재난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던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답을 찾으려면 경찰 수사가 추구했던 파편적 주제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경찰이든 소방이든 지방차지단체든 개별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정부 기능을 모아 체계적으로 대처할 장치를 마련하고 재난 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대표적 사례다. 주무 부처가 운영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소방 중심의 긴급구조통제단, 유관기관과 지자체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고 국민을 지키는 의무가 부과된 것이다.

정부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라’는 것은 막연한 개념이 아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선 △시시티브이(CCTV) 화면에서 인파가 급증하는 상황 △‘압사할 것 같다’는 112 신고 내용 △현장에서 사람들이 이동조차 못 하는 상황 등을 용산구청, 서울시, 경찰, 소방, 행정안전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공유하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해야 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을 만든 것도 현장 상황을 관련 기관이 정확하게 파악·대처하도록 한 것이었다.

또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단순히 ‘알아서 잘하라’는 것은 아니다. 재난안전관리법은 경찰과 소방이 소통되지 않을 경우 ‘조정’ 역할로 중앙대책본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본은 먹통이었다. 소방의 수차례 지원 요청에도 경찰 경비기동대는 밤 11시40분에야 도착해 버스, 승용차, 사람이 엉켜 구급차가 현장에 진입하는 데에만 수십 분이 허비됐고, 병원으로 사망자와 환자들을 이송하는 시스템도 문제가 있었다. 가장 가까운 병원인 순천향병원에 의료진이 다수 대기하는데도 정작 생존자는 일부만 보내졌고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망자가 이송됐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소방의 진술을 종합하면, ‘복지부 산하 병실 시스템의 빈 병실 정보에 기반해 서울소방이 현장 소방서장에게 안내했기 때문인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았다’.

재난 때마다 중요하게 거론되는 컨트롤타워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재난 현장의 지휘관이 일사불란하게 현장의 요원을 지휘하는 것이 첫 번째고, 각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두 번째다.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각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기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맡았어야 하고, 행안부 장관이 컨트롤타워로서 핵심적 조정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인파관리가 되지 않은 원인에 대해 정부 기관과 지자체는 “인파가 몰리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주요하게 관리해야 할 행사로 인식했지만, 인파 사고의 위험은 몰랐다”는 말만 반복했다. 도로 차량통행, 쓰레기, 범죄 등이 인파관리보다 우선순위였다는 각 기관의 진술도 있었다. 사고위험을 몰랐다는 것도, 인파관리가 후순위였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현장의 요원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라는 유가족의 질문은 당연하고 정당하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뿐만 아니다. 국정조사에서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사망한 가족이나 친구 옆에 있는데 강제로 분리됐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실종자 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 때문에 가족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 채 날이 밝도록 병원들을 뒤져야 했다”고 분노했다. “시신을 찾았는데 옷이 벗겨져 있었고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재난 전문가로서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현재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겠다. ‘그날 재난관리 시스템은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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