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한겨레> 자료사진
[왜냐면] 오창현 |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제주 제2공항 부지 선정은 2015년 11월 언론을 통해 전격 발표했다. 주민과의 대화는 애초에 없었다. 투기꾼들에 의한 땅값 상승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그런 식이었다. 사전타당성 용역, 예비타당성 용역, 심지어 전략환경영향평가까지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했다. 궁금해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안중에 없는 듯 보였다.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정작 피해당사자인 수산리 주민들은 하나둘 지워진 것 같았다.
제2공항 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을 내용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결과는 수개월 동안 비밀에 부쳤다가 도민들의 요구와 싸움으로 겨우 발표했다. 새로운 공항을 짓지 않더라도, 현재의 제주국제공항 시설을 개선하면 증가한 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주도민을 위해 추진한다면서 목적에 맞지 않는 자료는 은폐해버리는 모습을 우리 도민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동의가 절실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1년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반려 사유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항공기-조류 충돌의 영향 및 서식지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 둘째, 항공기 소음영향평가 시 최악의 조건에 대한 고려가 안 돼 있고 모의 예측에 오류가 있다. 셋째,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이 제시되지 않았다. 넷째, 조사된 숨골(투수성 지형)에 대한 보전 가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즉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누락되거나 보완된 내용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7년 동안 제주 제2공항 계획의 절차적 정당성과 환경 쟁점으로 싸워왔음에도 마땅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아니, 마련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항공기-조류 충돌을 방지하고, 소음 예측,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와 숨골을 지키면서 공항을 만드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을 뿐이다.
그렇게 환경영향평가서가 ‘미흡함’, ‘오류’, ‘대안 미제시’ 등의 이유로 반려 처리된 것을 국토부는 보완 가능성을 연구하겠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더니 지난달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기습적으로 제출했다. 이 사업을 도민들과 대화와 타협으로 투명하게 논의했다면 제주 지역사회의 갈등과 고통이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공항 건설은 활주로와 부대시설 하나만 들어서는 것이 아니다.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확장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편의·숙박시설이 들어서는 등 새로운 대규모 개발이 불가피하다. 제주가 누군가에게는 관광지이고, 개발해야 할 곳이며, 사업 장소이자 부동산으로 보이겠지만 나 같은 농부들에게 제주는 목숨을 지켜주는 집이고, 씨 뿌린 대로 땀 흘린 대로 돌려주며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땅이다.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 사업이라고들 하지만, 제주도 내 조사에서 ‘공항 반대’ 여론이 꾸준하게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지금도 쓰레기, 오·폐수, 연안 오염의 지표는 빨간불이다. 지난 7년 동안 주민들의 의견과 우려가 무시되고 정보가 막힌 상태에서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 상태”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이제 다시 환경부의 시간이다. 환경적 측면에서 진실하게 과연 제주 제2공항의 입지가 타당한지, 계획이 적정한지 판단하길 바란다. 2021년과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