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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행안부가 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은 일 두 가지

등록 2023-02-15 18:48수정 2023-02-16 02:09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가 밝혀야할 진실②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유정 | 변호사·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과장

“예측하기 어려운 신종 재난이다.” “중앙대책본부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 “법에 현장 지휘는 긴급구조통제단장이 다 하게 돼 있다.”

국회가 실시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서 행정안전부(행안부)의 책임이 거론되었을 때 이상민 장관이 했던 말이다. 행정‘안전’부 수장이자 재난·안전관리 업무 ‘총괄자’의 답변은 ‘정말 행안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라는 의문점을 남겼다. 그렇지 않다. 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은 일,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다중밀집 사고로 인한 재난을 사전에 대비하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신종 재난이 아니었다. 영국 힐즈버러 참사, 일본 아카시 불꽃축제 참사, 서울역 압사 사고,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 등 다중밀집으로 인한 인명사고는 계속 있었다. 매년 핼러윈 데이, 이태원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해에는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군중 밀집이 예상됐었다. 2017년 11월 ‘국내외 다중밀집 사고 원인을 분석해 법 제도와 매뉴얼을 개선하라’는 권고도 받았던 행안부가 왜 사전에 재난예방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재난 발생 뒤 대응업무 ‘총괄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현장에서의 긴급구조는 소방(긴급구조통제단)이 담당하고, 중앙행정기관은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수습·복구를 총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국정조사에서 “참사 뒤 바로 행안부를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정했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이상민 장관은 신속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거나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해 △피해 상황 종합관리 △재난 조기 수습을 위한 조정·통제 △긴급구조 및 구급활동 현황 파악, 지원사항 검토 △피해자 신원파악 및 상황관리 등 재난 대응업무를 ‘총괄’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30일 ‘중앙대책본부 용산구 이태원 사고 대처상황’ 문건을 보면, 행안부의 주요 조치사항은 ‘행안부 장관, 사고현장 방문(10월30일 오전 1시5분), 중앙대책본부 가동 운영(10월30일 오전 2시30분~)’이 전부다. 중앙대책본부는 참사 뒤 4시간15분이 지나 가동됐고 실질적 조치사항도 없었다. 10월29일 오전 8시27분 충북 괴산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행안부가 즉시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상황판단 회의를 열어 대응조치를 취한 것과 대비된다.

재난 대응업무의 총괄·지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긴급구조할 소방 인력이 부족하고 현장을 통제할 경찰 병력 파견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그 결과 인명 피해가 커지고 사상자들은 관리되지 않은 채 뿔뿔이 흩어졌다.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 경위와 그 뒤 행안부의 대응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상황전파 지연 및 초동조치 미흡(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뒤 1시간이 지나 보고를 받았고, 대통령 지시사항은 50분이 지나 각 부처에 전파됐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운용 미흡(소방 통신망과 연계해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지 않았고, 참사에 활용하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의 뒤늦은 현장방문 및 현장 지시의 적절성 △참사 발생 뒤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재난협력실장, 사회재난대응정책관 등은 무엇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궁극적 목적은 재난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해 안전한 사회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재난안전법은 행안부를 포함해 소방,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이 중첩적·경합적으로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에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그 역할과 책무를 분담한다.

재난의 예방 및 대응 체계에서 각 기관의 역할은 무엇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진상규명의 출발점이다. 현장에서의 긴급구조뿐만 아니라 재난대응의 총괄 문제를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장관 고발사건을 불송치(각하) 처분했고 국정조사에서도 행안부 조사는 일부에 그쳤다. 별도의 재난 원인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이상민 장관과 공무원들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확히 조사한 바가 없다는 얘기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행안부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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