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이국동 |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지난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제조업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줄었음에도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밝혔다. 제조기업이 실질적인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닌 배출권거래제를 선택함으로써 환경개선 효과가 미비하다는 얘기였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한계가 있는 제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해왔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3.3%)을 기록했을 때도 우리 경제는 제조업이 버팀목 역할을 하며 성장 둔화를 억제(-1.0%)할 수 있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수출 회복세를 주도하며 위기에 강한 산업구조를 보유한 듯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에서 수출 감소로 인해 무역수지가 11월까지 연간 누적 48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 최대치였던 1996년 206억달러의 배가 넘는다. 이는 제조업 수출이 엔진인 우리 경제가 새로운 위기 국면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불과 1년 사이 경제성장의 근간인 제조업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이상기후 현상은 디지털 전환 및 친환경화 글로벌 경쟁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격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자국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카드를 꺼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EU)은 탄소 국경세를 도입해 수입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한다. 이 탄소 국경세가 실제 적용되면 우리나라는 철강, 자동차, 해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조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인식 전환을 어떤 방법으로 끓어내야 할까.
한국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충분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미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43%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를 내세웠다. 결국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에너지와 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엔진인 한국은 기후변화협약 이행에서 항상 지각해왔다. 그렇다면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강력한 저감기술 개발 유인책을 제공하고 정부 차원에서 산업의 친환경화 이행 정도를 지켜보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강력한 보상책과 더불어 제조기업도 환경오염 저감기술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변화 속에서 가장 빠른 혁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은 특허 확보, 즉 기술 선점이다. 시장환경이 크게 변할 때마다 대체기술을 선점한 국가와 기업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환경이슈 또한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기업에서 오히려 탄소배출 저감 기술을 개발할 기회가 많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제조기업들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