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일 오후 대전 119시민체험센터에서 교관인 최정민 소방위가 기자에게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왜냐면]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10월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많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커졌으나 실제 희생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심정지 환자의 회복과 생존 가능성은 당사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또 빠르고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이 이뤄질수록 높아지는데, 이번엔 젊은 희생자들이 많았음에도 구조가 지체되면서 심폐소생술 성과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 개선과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희생자들은 압박 질식에 의한 심정지였으므로 가슴압박 뿐만 아니라 인공호흡이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받은 경우도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심정지 환자도 질식성 심정지가 많으므로 인공호흡을 권장한다. 다만 감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제한된다.
둘째,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은 뇌사 지연술이고 제세동(전기충격)은 심박 회복술이다. 이번 희생자들은 질식성 심정지였으므로 제세동 기회가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출혈성으로 발생한
심인성 심정지는 심실세동(심실의 빠르고 불규칙적인 수축)인 경우가 많으므로 제세동해야 한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지연하면 생존율이 분당 7~10% 떨어지고 제세동을 지연하면 생존율이 분당 3~4% 떨어진다.
셋째, 일반인 자동제세동기 사용을 위해 공공장소에 비치하고 있으나 일반인에 의한 제세동은 적다. 보건복지부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시설의 자동제세동기 설치 및 관리지침’을 보건소에서 엄격히 적용해 일반인 제세동 시행률을 높여야 한다.
넷째, 이론보다 실습 위주 교육으로 심폐소생술 능력을 기르고 위급한 상황 때 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뇌사에 대한 이해를 늘리고 부정확한 실시에 대한 공포, 환자 손상에 대한 우려,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 처치제공자의 신체적 한계, 감염의 공포 등을 완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섯째, 실습 이후 반복 및 요약 교육을 하면 심폐소생술 능력을 유지하면서 지침의 정확한 적용을 강화할 수 있다. 동영상과 인터넷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바라는 때 추가 학습하도록 하면 교육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중고생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매우 높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 자료를 보면,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7년 21.0%, 2018년 23.5%, 2019년 24.7%, 2020년 26.4%, 2021년 28.8%로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심정지 환자의 2021년 생존퇴원율은 7.3%, 뇌기능회복률은 4.4%로 나타났다.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는 2022년까지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 30%, 자발순환 회복률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황을 목격한 일반인에 의한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더욱 일반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