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구스타보 카루소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안전·보안국 조정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4일 도쿄에서 회의를 시작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IAEA 직원들과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사단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오염수를 내년부터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도쿄/EPA 연합뉴스
[왜냐면] 고범규 | ㈔사실과과학네트워크 정책기획간사
지난 10월30일 <한겨레>에 세명대 제정임 교수의
‘원전 오염수가 후쿠시마를 벗어날 때’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제정임 교수가 기고한 이 글은 과학적 자료 및 통계에 대한 지식 부족과 잘못된 출처에 기반해 작성돼 그 내용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문제 되는 몇몇 대목들의 사실관계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 교수는 “38만명을 대상으로 한 갑상샘암 추적 검사에서 300명 가까운 의심·확진자가 나왔고, 세계 평균보다 수십배 이상 많은 발병”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대한갑상선학회(저널 8권1호)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합병원에서 무작위로 진단할 경우 2.5%의 확률로 갑상샘암이 발견되며, 이중 소아환자 비율이 1.8~3% 정도다. 여기에 진단기술이 개선되고, 진단장비가 정밀해질수록 검진을 통해 갑상샘암이 발견될 확률은 증가한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후쿠시마현에서 38만명을 검진해 300명 가까운 의증·확진자가 발견된 것은 통계적으로 정상 범위에 들어간다.
게다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갑상샘암과 방사선 피폭에 의한 갑상샘암은 발생 유형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갑상샘암 발견확률이 높지만, 방사선 피폭에 의한 갑상샘암은 영유아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한다. 그런데 후쿠시마에서는 전체 갑상샘암 환자 중 영유아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자연발생 때 수준(1.8~3%)이었다.
둘째, 칼럼에서 인용하고 있는 “피폭에 의한 만발성(병증이 늦게 나타나는) 장애는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나가사키의 경험에서 볼 때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개를 보일 것”이라는 후쿠시마공동진료소의 후세 사치히코 원장의 발언도 오류다. 피폭에 의한 만성적 건강 영향은 최소한 100mSv(밀리시버트) 이상 방사선에 일시 피폭돼야 나타난다. UNSCEAR(유엔 방사선과학위원회)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주민 집단에서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피폭된 경우는 없으며, 최대선량도 35mSv로 제한적인 방사선 피폭만 있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사망자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유엔 방사선과학위원회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등의 견해다.
셋째, 칼럼에서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가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0㎞ 안에서 향후 20만명 이상 암 환자가 늘 것”이라 주장한 내용은 영국 법원에 의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끄는 크리스 버스비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피폭선량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내부피폭 위해도를 1000배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16년 12월 영국 법원은 “버스비 박사가 주장한 모든 증거물이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버스비 박사는 영국 법원에서 방사선 전문가로서 증언을 더는 할 수 없다”고 평결했다.
넷째, “오염수가 바닷물에 섞일 때 물고기 등 먹이사슬을 통해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틀렸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시설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을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2.4g이며, 이중 매년 0.062g을 리터당 1500베크렐 수준으로 희석해 방류할 계획이다. 이 수준의 희석 방류는 우리나라,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이미 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삼중수소 백서에 따르면 라 헤이그 재처리시설의 경우 2015년 삼중수소 38.6g을 방류했으나 주변 생태계에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정도로 매우 낮은 농도로는 어떤 생물에게도 위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후쿠시마 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이 기준치의 몇배씩 검출되고 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의 식탁 안전과 무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올해 1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잡힌 우럭 1마리에서 1400베크렐/㎏ 농도의 세슘이 검출되긴 했지만, 예외적 사례로 후쿠시마 수산물의 평균 세슘농도는 5베크렐/㎏을 넘지 않는다. 모든 수산물의 세슘농도가 1400베크렐/㎏로 나온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고, 한해 수산물 70㎏을 섭취해도 연간 권고선량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인류 문명의 지속을 위협하는 현재,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지적하되, 틀린 정보에 근거한 위험성 주장은 삼가야 한다. 사소한 오판도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