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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유가폭등, 화물노동자 위기와 안전운임제

등록 2022-03-28 16:12수정 2022-03-29 02:31

지난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에 기름값 폭등에 따른 화물노동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에 기름값 폭등에 따른 화물노동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김종인 | 한국물류산업노동연구소 소장

현재 유가 폭등의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그것이 심각한 사회 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가 물류를 책임지는 현장 화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위기에 빠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정부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유가 상승으로 운행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급한 대책을 호소했다.

화물노동자는 운송 비용을 오롯이 감당한다. 평소에도 전체 운송비에서 기름값 비중이 30~50%에 달한다. 최근 경유 가격이 작년 3월 평균보다 32% 상승했다고 하니, “현재 기름값이 지속되면 수입은 0원에 수렴해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노동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증언은 과장이 아니다. 폭등한 유가가 운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니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인다. 물류대란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가 폭등과 물류대란의 악순환을 끊을 구조적 대책이 시급하다.

국제 정세 같은 외부 변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이에 대응할 시스템이 중요하다. 다행히 유가 폭등에 따른 화물운송 시장의 불안정을 제어할 방안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2020년부터 시행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그것이다. 최저임금제의 화물운송 판본이라 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해서 운임의 최저선을 정한다. 때문에 유가 변동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 있다. 이는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운수부문 양질의 일자리와 도로 안전 증진을 위한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도로운송 참여자들과 협의해 운임을 결정해야 하고, 고정비·변동비 등 차주의 모든 비용 회수를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 유무에 따라 위기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화물노동자들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유가가 급변한 경우 운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정에 시일이 걸리더라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안전운임제가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 등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전체 영업용 화물차 45만대 중 2.6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유가 폭등의 충격을 완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모든 차종·품목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

제도 개선에 앞서 단기 조치도 필요하다. 화주, 운수사업자, 정부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 폭등한 유가를 반영한 운임 조정이 시급하다. 특히 공급사슬의 정점에서 운임을 정하는 화주와 대형 운송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 유가와 연동한 운임 협약이 있는 경우 충격이 덜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적자 누적이 운행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해 국가 물류의 동맥경화를 예방해야 한다. 또, 유가 폭등에 따른 비용 상승분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유사 독과점과 불투명한 가격 결정구조, 유가의 하방경직성과 함께 화물차 지원 제도, 유류세 개편 등 전반적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유가 폭등은 예측하기 힘든 재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위기를 되풀이한다면 이는 인재라 할 수 있다.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그 후과는 유가 폭등의 고통을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한 정부와 자본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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