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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정책’의 제1 과제

등록 2005-01-05 17:15수정 2005-01-05 17:15

정부는 경제 어려움이 일시적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위기를 인정하더니, 곧바로 새 정책을 내놓았다. 준비 없이 급하게 내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에게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자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말 그대로 옛말일 뿐이다. 1930년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공황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해냈다. 이름하여 ‘뉴딜정책’. 그는 이 정책을 통해 침체된 소비 시장을 일으키고, 경제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이루는 데 선봉장이 되었다.

2005년 벽두 한국의 경제상황 역시 당시 미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의 한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정책’의 시행을 밝혔다. 더 이상 경제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종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형 뉴딜정책은 시작도 되기 전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먼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 당연히 수혜자는 국민, 그 중에서도 생활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이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연기금을 투자해 경기부양을 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정부에게 가장 무서운 반대자는 야당이 아니라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지지율이 80%에 이르던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당연히 그의 정책은 약발이 안 선다.

왜 이런 상황까지 되었을까? 대통령은 정책의 공개와 더불어 국민에게 그에 대한 이해를 먼저 구해야 옳다. 노 대통령과 정부는 계속해서 현재의 경제상황이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위기에 대해 인정을 하더니, 곧바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사전 준비도 없이 급하게 내놓은 정책이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거기에다 연기금을 투자 자금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과연 건설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도 문제다. 정부의 건설 분야에 대한 투자는 또다시 가진 자들의 이익 불리기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 역시 기득권 세력, 대기업들의 주요 종목이다. 미래를 위한 확실한 대비라고 하지만, 지금 못살겠다고 울부짖고 있는 것은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해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각종 공공시설 건설을 통한 재정낭비가 문제시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사전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건설한 도로와 터널 등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적자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가 하는 정책에서 희망을 보기보다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정책 이름만 빌려 올 것이 아니라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가 보수세력의 격렬한 반대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설득과 노력을 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다.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하기로 했다면, 지금까지 있어왔던 문제점은 고쳐나가겠다는 의지와 그 시행에 있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강력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그 추진력의 중심은 국민의 지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에게 좀더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자세를 내보이는 것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최정희/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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