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하위 수준이던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오는 7월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최가 다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미국이 15일 만에 일본 여행경보를 3단계로 낮춘 가운데, 일본 정부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를 끌어낼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1~13일(현지시각)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를 명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주요 7개국 회의에서 코로나 대책을 설명하고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올림픽을 놓고 일본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G7에서 각국의 지지를 얻어내 올림픽 개최의 분위기를 살리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주요 국가의 선수단 참여가 중요한데, 각국 정상들의 지지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백신 접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 2월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은 지난달 9일 접종률이 2.59%였지만 한 달 만인 이날 10.87%로 급상승했다. 이달 21일부터 대기업이나 대학에서도 접종이 시작돼 백신 접종률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신규 감염자의 확산세도 꺾이고 있다. 7천명대까지 증가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15일 6천명대에서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8일 1884명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는 8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에서 3단계로 낮췄다. 4단계로 올린 지 보름 만이다. 미국인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경보는 일반적 사전주의(1단계), 강화된 주의(2단계), 여행재고(3단계), 여행금지(4단계) 등 네 단계로 나뉜다.
자신감이 붙은 일본 정부와 올림픽 관계자들 사이에선 도쿄올림픽에 일본 내 관중을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 회장은 8일 열린 이사회에서 관중을 허용한 채 경기를 하고 있는 ‘J리그’(일본 프로축구)를 참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는 수용 인원의 50% 한도로 최대 5천명까지 관중을 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리 관저 한 간부도 “관중이 없으면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없다. 무관중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정부 내에서는 관중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 4월 하시모토 회장이 “무관중 개최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과 견줘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 긴급사태가 끝나는 이달 20일 일본 내 관중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중 허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정부 코로나 대책 분과회를 이끄는 오미 시게루 회장은 지난 2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개최 규모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관리 태세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 의무”라며 관중을 허용하는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오미 회장은 3일 참의원에서도 “관중의 이동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올림픽과 보통의 스포츠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도 “이달 하순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되면 감염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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